이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분쟁을 촉발해 주가 변동성을 높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업의 경영 전략과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차원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은 분명히 변곡점을 맞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영향을 받은 기업 수는 지난 2020년 10개에서 2022년 47개 기업으로 크게 늘었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되면 주주제안 등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은 더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늘어나면서 개별 기관투자자들이나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SM 이사회에 선임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금융지주들도 얼라인파트너스 공개 요구에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며 화답한 바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활동은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 캠페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지배구조나 오너 리스크 등 경영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깜깜이 배당을 없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배당 절차를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외환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행동주의가 요구하는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셈이다. 이른바 'K-행동주의'가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성숙한 투자문화가 자리잡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김은령 기자수첩용 /사진=김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