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K-행동주의의 진화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3.03.0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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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로 일컬어지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촉발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사태가 하이브가 참전하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되며 주식시장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더불어 토종 펀드의 행동주의 움직임과 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분쟁을 촉발해 주가 변동성을 높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업의 경영 전략과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차원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은 분명히 변곡점을 맞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영향을 받은 기업 수는 지난 2020년 10개에서 2022년 47개 기업으로 크게 늘었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되면 주주제안 등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은 더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 해외 헤지펀드들이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대적M&A(인수합병) 공격 형태로 진행됐던 행동주의 캠페인과 달리 최근 행동주의 캠페인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 효율화나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며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주주 환원 정책이 미약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동주의 2.0, 혹은 K-행동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늘어나면서 개별 기관투자자들이나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SM 이사회에 선임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금융지주들도 얼라인파트너스 공개 요구에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며 화답한 바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활동은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주주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을 챙기고 빠지는 '먹튀' 행동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남아있다. 행동주의 대상이 됐다는 썰 하나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분쟁으로 인한 혼란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 캠페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지배구조나 오너 리스크 등 경영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깜깜이 배당을 없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배당 절차를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외환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행동주의가 요구하는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셈이다. 이른바 'K-행동주의'가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성숙한 투자문화가 자리잡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김은령 기자수첩용 /사진=김은령김은령 기자수첩용 /사진=김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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