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많은데 운임은 뚝…해운업계 "차라리 안띄운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03.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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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21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21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로벌 해운사들이 적극적으로 선박 운항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 선박 공급과잉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해운 운임이 급락하자 수익성 보호를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그럼에도 운임이 급락하면서 해운업계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 HMM은 지난 1월과 2월 '블랭크 세일링(임시 결항)'을 실시했다. HMM 관계자는 "춘절 기간 일부 구간에 한해 블랭크 세일링을 했다"고 밝혔다.



블랭크 세일링은 수요나 운임이 급감할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사들이 실시하는 공급 조절책이다. 올해 선복량이 전년보다 8% 증가하는 등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수요와 함께 해운 운임이 급락하자 글로벌 선사들이 임시 결항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임시 결항 규모는 평년보다 크다. HMM 등 글로벌 선사들은 중국 기업과 공장이 멈추는 춘절 기간에 맞춰 임시 결항을 실시해왔다. 평소라면 춘절을 앞두고 화물을 미리 보내기 위해 물동량이 증가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춘절 전 아시아~유럽 운항편수가 평년(84편)보다 줄어든 69편이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예정된 아시아~유럽 항로의 196편 중 53편이 취소되기도 했다.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는 당초 계획보다 36%를 결편했다. 같은 기간 세계 1·2위 해운사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결성한 '2M'은 29%를, '오션 얼라이언스'는 23%를 줄였다.

중국 등에서 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하는 아시아~미국 항로에서도 지난 1월 17편이 취소됐다. 미국소매협회(NRF)는 같은달 물동량이 전년 동월보다 17.6% 줄어든 178만TEU(길이 20피트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25% 줄어든 156만TEU로 전망하며, 상반기 내내 이같은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춘절이 지난 후에도 임시 결항은 계속되고 있다. 머스크는 중국 춘절 연휴가 종료된 지난달 16일 북미 운항편의 블랭크 세일링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2일에도 북미행 선박 총 3편을 결항했다. MSC 역시 지난달 16일·23일·27일에 이어 이달 3일에도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항로 선박 수척의 임시 결항을 발표했다. 임시 결항 이외에도 항로 우회와 저속 운항을 통해 최대한 공급을 줄이려는 모양새다. MSC는 "아시아~미국 항로의 공급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선사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임시 결항편을 늘리고, 중국 춘절을 기점으로 이를 더욱 확대하고 있지만 해운 운임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3일 931.08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1.65% 하락했다.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5109.6포인트)를 기록한 이래 13개월 만에 80% 넘게 폭락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해운업계 불황이 경기를 따라 계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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