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다양한 상황에 놓인 위암 환자의 치료법 설계에 대한 의사들의 고민을 덜어주면서 한국인의 위암 치료 성적을 높이는 새로운 진료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이어 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조기 위암 진단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위암의 내시경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내시경을 활용한 치료법을 포함해 위암 치료의 기준을 지난 가이드라인(2018년)에서 더 추가했다"고 언급했다.
한상욱(왼쪽 4번째)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이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 2022'의 발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둘째, 조건에 따라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수술이 가능한 위암 환자의 경우 수술을 먼저, 항암화학요법을 나중에 시행해왔다. 하지만 유럽 등 해외에선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해 암의 부피를 줄인 후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한국 의료진의 손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있다는 점, 서양인의 위암은 길게 퍼지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의 위암이 국소 부위에 한정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에선 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게 그간 일반적이었다"며 "이 같은 선진화한 수술 실력을 바탕으로 조건에 따라서는 항암화학요법을 수술 전 시행하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했다"고 밝혔다.
왕규창(맨 오른쪽) 국가암진료가이드라인 사업단장이 이번 가이드라인에 활용된 연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상욱 이사장, 김형호 회장, 왕규창(국립암센터 뇌척수종양클리닉) 사업단장. /사진=정심교 기자
이 시각 인기 뉴스
넷째, 내시경을 이용한 위암 절제술 시행 후 남아있는 위속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면 향후 남아있는 위에서 암이 발생할 확률을 많이 억제하거나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뉴잉글랜드저널에 실린 국립암센터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다섯째, 4기 위암의 수술 가능성을 담은 내용이다. 예전엔 4기 위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이 주된 치료법이었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4기 위암도 그 유형이 여럿이므로 다양한 치료법에 접근해볼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간에만 전이된 경우, 난소에만 전이된 경우, 복막에만 전이된 경우엔 어떤 방식이 시도될 수 있는지다. 단,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치료법이 더 좋은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성호 편집사업이사는 "이번 가이드라인 제작엔 참고 문헌으로 들어간 연구자료 수만 491개에 달하며, 소화기내과·영상의학과·종양내과·종양방사선과 등 위암 다학제 진료과의 관련 학회 8곳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18일 '2023년 대한위암학회 연수 강좌'에서 처음 선봬 회원에게 배포됐다. 김형호(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대한위암학회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위암을 진료하는 국내 1·2·3차 의료기관 의료진, 전공의, 의대생에게 최신 위암 진료의 원칙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