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악한 개별소자 도전장 내민 韓스타트업…초격차 기술에 VC도 베팅

머니투데이 남미래 기자 2023.03.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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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 반도체 소재·부품 스타트업 '반암' 7억원 시드 투자 유치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떠올린다. 최근에는 엔비디아나 AMD가 만드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반도체는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외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는 수만 개 부품을 넣어 하나의 칩으로 만든 것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인 '개별소자'도 반도체의 한 종류다.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개별소자 시장은 무라타, 다이요유덴, TDK 등 일본 기업이 주도해왔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 가려져 기술의 발전도 더뎠다. 하지만 전세계 개별소자 시장규모는 약 30조원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반암은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개별소자 시장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 1년 만에 DSC인베스트먼트 자회사이자 액셀러레이터(AC) 슈미트와 고려대기술지주회사로부터 7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벌크형 반도체 신소재 반도체 박막으로 전환"
日 장악한 개별소자 도전장 내민 韓스타트업…초격차 기술에 VC도 베팅


반암이 주력하는 개별소자는 전자기기의 발열과 화재를 막는 주요 부품이다. 전자기기의 회로기판을 보면 오밀조밀 작은 반도체들 가운데 비교적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게 바로 개별소자다.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지만 글로벌 기업이 뛰어든 시장이 아니다 보니 개발 속도는 느린 편이다.

나노미터 단위까지 개발된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개별소자는 대부분 벌크 형태로 쌀알 정도 크기까지 개발됐다. 전자제품 하나에 필수적으로 수십개 혹은 수백개씩 들어가지만 소형화와 집적화에 한계가 있어 전체 시스템을 비대하게 만든다.


벌크형 반도체 부품은 크기도 문제지만 비용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공정이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1급 발암 물질인 톨루엔, 벤젠, 가소제, 계면활성제 등이 생산과정에서 필수로 사용돼 환경오염까지 유발한다.

반암은 벌크형인 개별소자를 박막화, 다시 말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처럼 아주 얇게 만들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벌크형인 개별소자를 박막화하면 공정을 간소화할 수 있고 한 세트당 1개월까지 걸리던 제조시간을 6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암에 투자한 권종민 슈미트 상무는 "반암이 개발 중인 박막형 반도체는 벌크형에 비해 성능과 기능이 월등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아 매우 효율적이다"며 "일본에 의존하던 개별소자 시장을 정면으로 다뤄 반도체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친환경·간소화된 공정으로 서울 한복판에 파운드리 공장도 건립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반암 마이크로 파운드리 시설/사진제공=반암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반암 마이크로 파운드리 시설/사진제공=반암
반암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박막형 반도체 생산공장을 세웠다. 크기는 40평 수준이다. 공장 인근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평택이나 이천 등 외곽에 있는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과 크게 대비된다.

이 모든 건 친환경적이고 간소화된 공정 덕분이다. 반암이 개별소자의 박막화를 위해 사용하는 소재는 금속산화물 중 하나이다. 해당 금속산화물은 열이나 전기에 반응이 좋아 학계에서는 반도체 소재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동안 가역성과 내구성이 떨어져 상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반암의 박막형 반도체 공정은 금속산화물을 기체화시켜 개별소자를 박막으로 만들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해당 금속은 당뇨병과 관련된 건강기능식품의 재료로도 활용된다.

권 상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인 한수덕 반암 대표가 금속산화물 반도체의 박막화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왔고 상용화할 방안을 마련해 특허까지 등록해둔 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 상무는 "기존의 일본 회사들이 화학물질을 넣고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반암은 금속산화물을 가지고 진공 증착 장비를 활용해서 도심에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암은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연구개발 단계에 그쳤던 새로운 박막 소재들을 상용화시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권 상무는 "연구자들은 소재 연구에 대한 전문성은 우수하지만 이걸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취약하다"며 "반암이 연구한 기술을 기반으로 부품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그동안 연구단계에서 아깝게 상용화되지 못했던 신소재 개발까지 구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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