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A씨가 적임자였다. 반도체 업계에서 그는 '알만한 사람은 아는' 경영인이었다. 관건은 A씨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었다. 로버트월터스는 2~3달 동안 A씨와 접촉했고 10여차례 만났다. 그의 현 상황, 회사에서 가질 기회를 설명했다고 한다. A씨의 주변인도 접촉했다. 결국 회사는 A씨를 영입했다. 2년 후 회사 매출은 5배, 영업이익은 8배 뛰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도 했다.
최준원 로버트월터스 코리아 지사장이 지난달 27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제공=로버트월터스.
헤드헌팅 회사가 하는 일은 도서관 사서와 비슷하다. 채용 의뢰를 받으면 사서가 서재에서 책을 찾듯 갖고 있는 구직자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는다. 도서관에게 소장 권수가 중요하듯 헤드헌팅 기업은 데이터베이스 크기가 경쟁력의 척도다.
로버트월터스도 데이터베이스가 작지는 않다. 하지만 최 지사장이 생각한 로버트월터스의 강점은 데이터베이스 밖에 숨은 인재를 찾는 능력이다. 2021년 로버트월터스는 한 의료기기 회사에서 미국 사업 연구소장 채용 의뢰를 받았다. 회사는 체외 진단 의료기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다. 로버트월터스는 미국의 어느 진단 의료기기 회사에서 근무했던 한국인 B씨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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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미국 거주기간이 길었다. 한국에 돌아오려면 가족, 비자, 연봉 문제가 복잡했다. 로버트월터스는 B씨와 여러 차례 만난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또 다른 강점은 '파트너십'이다. 최 지사장은 로버트월터스를 골프장 캐디에 비유한다. 캐디는 단순히 짐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홀마다 골프채를 함께 고르고 옆에서 코스를 도는 동반자에 가깝다.
최 지사장은 2014년 구직자 C씨의 이직을 도운 적이 있다. 관계는 거기서 끝맺지 않았다. 최 지사장은 10년 동안 C씨의 이직을 두번 더 도왔다. 최 지사장은 "C씨도 로버트월터스를 다시 찾고 지인을 추천하기도 한다"고 했다.
로버트월터스는 3~5년 전 등록된 구직자도 1년 안에 최소 2-3번 정도 연락한다. 매일 컨설턴트들이 구직자들 20~30명의 현황을 분석하고 어떤 채용 공고를 추천하면 좋을지 회의도 한다. 최 지사장은 "채용을 마쳤다고 끝이 아니라 장기적인 고객 만족이 중요하다 "며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정기적으로 연락한다"고 했다.
최근 채용 시장, 특히 개발 직군은 주니어 직원들을 이끌 10년차 이상 팀장급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팀장급 구직자라 해서 경력 개발, 이직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미 팀원 관리 경험을 갖췄는데 이력서나 면접에서 충분히 풀어내지 못해 이직이 무산된 구직자도 적지 않다. 최 지사장은 "컨설턴트들이 심리적인 압박감 해소나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최 지사장은 효성그룹에서 일하다 2014년 로버트월터스에 합류했다. 경험을 살려 석유화학과 건설 분야의 채용 컨설팅을 하다 2020년 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금은 모든 분야 채용을 총괄한다. 로버트월터스는 IT 기술과 재무·회계, 법률, 자동차, 반도체 등 직군에 경력 있는 채용 컨설턴트 51명을 갖췄다.
최 지사장은 "최근에는 한달 평균 수백명이 채용 컨설팅 문의를 한다"며 "특히 기술과 엔지니어링 직군은 지난해부터 구직자들이 연락하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만간 C-레벨 고위임원급 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고위간부급 채용 컨설팅 역량도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