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 그림 그린 러 초등생…교장이 신고해 父 체포→보육원행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3.03.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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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AP/뉴시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러시아군과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의 한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2023.03.01.[바흐무트=AP/뉴시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러시아군과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의 한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2023.03.01.


러시아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반전 그림을 그렸던 12세 소녀의 아버지가 러시아군 모욕 혐의로 체포됐다. 그의 딸은 일시적으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더가디언즈 등 외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240km 정도 떨어진 툴라 지방 예프레모프에 사는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3)가 반복된 러시아군 모욕 혐의로 체포됐다. 모스칼료프가 홀아버지인 때문에 딸 마샤는 보육원에 보내졌다.



앞서 러시아 수사 당국은 6학년생 딸 마샤 모스칼료바가 지난해 4월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문제 삼아 가택 수색을 벌이고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조사한 끝에 아버지를 체포했다. 모스칼료프는 반복적인 러시아군 모욕 혐의를 받아 최대 3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딸 마샤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전선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위한 그림을 요구했으나 러시아군 미사일이 자식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선 우크라이나 여성과 '전쟁 반대'라는 문구 등의 담긴 그림을 그렸다.



마샤의 선생님은 즉시 교장에게 보고했고 교장이 당국에 신고하면서 연방보안국(FSB)이 마샤의 아버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어 수사관들은 모스칼료바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캐리커처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댓글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25 달러(약 56만 원)의 벌금형이 부과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수사 당국은 새로 제정된 군대 비난 방지법 위반 혐의로 모스칼료프를 다시 기소했다. 모스칼료프 측 변호사는 수사관들이 가택을 수색하고 예금을 압류했으며 심문 도중 구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전 탄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군인들에게 사람을 죽이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썼다가 제재를 당했다.

지난해 3월 모스크바의 초등학교 6학년이 역사 선생님에게 푸틴이 왜 전쟁을 일으켰냐고 질문했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반전 견해와 시위로 기소된 사람이 447명이다. 하루 1명 이상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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