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를 실시했다. 산성비를 유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선박들은 황 함유율을 낮춘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황 성분 제거 장치인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1월 국내 업계에서 최초로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초임계 용매 기술이 적용된 설비로, 하루 최대 5만배럴의 초저유황유(VLSFO·Very Low Sulfur Fuel Oil) 선박 연료를 제조할 수 있다. 초저유황선박유는 황 함량 0.5% 미만인 친환경 선박유를 일컫는다.
에쓰오일도 잔사유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RHDS)를 증설하고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렸다. RHDS는 원료인 고유황 잔사유를 고온 고압의 반응기에서 수소 첨가 촉매 반응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생산 제품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환경 친화 시설이다. 증설한 탈황시설(제1기 RHDS)은 잔사유 처리량이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배럴로 18% 증가했다.
GS칼텍스는 기존에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유는 선박유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인해 선박연료유 자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그동안 기업들은 기대한 만큼의 정제마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앞다퉈 저유황유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며 '호황'을 기대했지만,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저유황유 가격이 하락하며 실익을 얻지 못한 것이다.
정유사들은 강력해진 IMO 환경 규제로 저유황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정유 4사는 국제 정유사와 비교했을 때 고도화된 탈황시설을 갖추고 있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IMO의 규제에 발맞춰 그간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계획적으로 구축해오며 국제시장에서 가장 잘 준비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만큼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