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바다 위 탄소중립...국내 정유업계는 웃는다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3.03.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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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 잔사유 탈황시설/사진제공=에쓰오일S-OIL 잔사유 탈황시설/사진제공=에쓰오일


바다 위 탄소 배출을 완전히 금지하는 고강도 글로벌 환경규제 시행을 앞두고, 국내 정유사들이 웃고 있다. 저유황유 수요에 대비해 탈황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비해온 덕분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7월 2050년 국제 해운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완전히 금지하고,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납부하는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를 실시했다. 산성비를 유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선박들은 황 함유율을 낮춘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황 성분 제거 장치인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IMO의 탈황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선박유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유황 선박 연료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선제적으로 저유황유 수요에 대응해온 한국 정유업계가 수혜가 예상된다.

SK에너지는 울산 컴플렉스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의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사진제공=SK에너지 SK에너지는 울산 컴플렉스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의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사진제공=SK에너지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는 기존 벙커유를 추가 탈황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를 신·증설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1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2020년 1월 완공, 같은 해 3월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VRDS 설비는 기존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사용해 저유황 중질유,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를 하루 평균 4만배럴 생산한다. SK에너지는 선박유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7년 1월 투자·건설을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1월 국내 업계에서 최초로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초임계 용매 기술이 적용된 설비로, 하루 최대 5만배럴의 초저유황유(VLSFO·Very Low Sulfur Fuel Oil) 선박 연료를 제조할 수 있다. 초저유황선박유는 황 함량 0.5% 미만인 친환경 선박유를 일컫는다.

에쓰오일도 잔사유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RHDS)를 증설하고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렸다. RHDS는 원료인 고유황 잔사유를 고온 고압의 반응기에서 수소 첨가 촉매 반응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생산 제품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환경 친화 시설이다. 증설한 탈황시설(제1기 RHDS)은 잔사유 처리량이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배럴로 18% 증가했다.

GS칼텍스는 기존에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유는 선박유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인해 선박연료유 자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그동안 기업들은 기대한 만큼의 정제마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앞다퉈 저유황유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며 '호황'을 기대했지만,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저유황유 가격이 하락하며 실익을 얻지 못한 것이다.

정유사들은 강력해진 IMO 환경 규제로 저유황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정유 4사는 국제 정유사와 비교했을 때 고도화된 탈황시설을 갖추고 있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IMO의 규제에 발맞춰 그간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계획적으로 구축해오며 국제시장에서 가장 잘 준비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만큼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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