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NO) 마스크' 어색한 코로나 세대 입학식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김진석 기자, 김도균 기자 2023.03.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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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1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입학식 모습. /사진 = 김진석 기자.2일 오전 11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입학식 모습. /사진 = 김진석 기자.


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초등학교 정문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몸에 비해 커다란 책가방을 등에 멘 신입생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갔다. 학생들의 눈은 설렘과 긴장으로 반짝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전국 초등학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없는 입학식이 진행됐다.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상당수 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일부 학교는 코로나19(COVID-19)를 이유로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을 학생 1명당 보호자 1명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린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입학식이 실내에서 이뤄지고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과 학부모들도 대부분 정문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운동장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잠깐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2일 오전 10시34분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2일 오전 10시34분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보호자들은 아직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조카 입학식에 참석한 김모씨(42)는 "입학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알아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아무래도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바이러스에 취약해서 다들 마스크를 쓰고 온 게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간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끼게 됐다"고 했다.



손자 입학식에 참석한 서동건씨(67)와 노주희씨(60)는 "이젠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옷을 입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손자의 입학식에 참석한 최모씨(63)는 "아직은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니까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서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가족들이 전부 모여 축하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박기수씨(43)는 "일단 학교에서 권고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학식에 왔지만 아이들이 답답해 보인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표정으로도 의사소통을 하는데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교사들도 마스크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에서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 안모씨는 "아이들은 소리뿐 아니라 입 모양도 함께 보며 말을 학습한다"며 "입 모양을 볼 수 없어 코로나19 이전이랑 비교하면 발음 습득이 더딘 아이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차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에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등학생 중에서 코로나를 겪지 않은 학생 숫자는 많아야 10~20% 정도"라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 학생이 면역을 가지고 있어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만 선별적으로 마스크를 껴도 무방하다"고 했다.

서영숙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는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 아이들 언어 발달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며 "부모님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12시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정문. 입학식을 마치고 1학년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이 첫하교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2일 오후 12시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정문. 입학식을 마치고 1학년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이 첫하교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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