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나티, 사진제공=하이어뮤직
'호프리스 로맨틱'에 대해 빅나티는 "사랑 이면에 드리운 허망함과 외로움"을 담아낸 앨범이라고 소개한다. 전작 '낭만'에서 들려준 이야기의 연장선 같기도 하다. 결국 가슴 설레던 사랑도 이별이라는 종착지에 이른다는 눈시울 붉어지는 결말.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로맨스보단 코미디를 좋아하던 내가 어제는 타이타닉에 눈물을 훔쳤어"('낭만교향곡')라고 말하던 로맨티시스트는, 만남의 부침을 겪고 "사랑이라 믿을 때쯤에 넌 왜 불행에 불을 지피는데"('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라며 흐느낀다.
빅나티, 사진제공=하이어뮤직
시처럼 쓰인 가사로 마디 하나하나를 곱씹게 되는 타이틀곡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은 미니멀한 멜로디로 시작해 리얼 스트링 사운드로 풍성하게 이어진다. 웅장하게 멜로디가 전개되고, 그 위로 빅나티와 이수현은 침착하게 목소리를 덧입힌다. 지나간 사랑의 덧없음 앞에 너무도 덤덤하게 목소리를 운용하는 지독한 방어가, 오히려 우짖음보다도 더 서글픈 감상을 피어낸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사랑의 허망함에 대해 노래한 '호프리스 로맨틱'의 역설을 보여준다. 사랑의 혼란과 상처를 겪어내는 공간이, 낭만의 상징인 파리라는 배경을 오브제로 '이별 끝에 다시 피어내는 사랑과 낭만'이라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마지막 트랙인 '빠삐용'에서 빅나티는 "앞으로 내 사전에서 낭만은 삐처리 / 이 앨범은 땡처리"라며 "낭만을 깊은 추억 속에" 묻어뒀다고 말한다. 하지만 뚜렷하게 느껴지는 가사 속 화자에 대한 일렁이는 마음이, 오히려 낭만을 진하게 품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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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나티 음악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바로 낭만이다. "아픔이 흙이 되어 꽃을 피운다"('STAB')는 서정성을 품으며 쎄시봉이 주름 잡던 낭만의 시대로 역행하는 여행가. 지금은 가을과 겨울 그 사이, 혹한 속에 꽃망울을 피워내는 수선화의 모습 같다. 그리고 이를 뒤틀린 형상의 낭만이라 부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