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하라면서요" 오르는 전기료에 철강업계 '한숨'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3.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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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기로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기로


철강업계가 높아진 전기료에 신음한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로 비중을 키우는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담이 확대돼서다. 전기로는 수소환원제철 도입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업계는 탈탄소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6.9원), 7월(5원), 10월(16.6원) 세 차례 인상돼 킬로와트시(kWh) 당 최대 29.5원 상승했다. 올 1월에도 13.1원 올랐다. 1년간 최대 41.6원 비싸졌다.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제강사 전기료 지출이 커졌다. 최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어, 업계의 부담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현대제철은 작년 4분기에만 약 600억원의 추가 전기료를 부담했다. 동국제강·세아베스틸 등 전기로 기반의 회사들 역시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진행한 전년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요금이 kWh 당 1원 오르면,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원 오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기로가 장려된다는 점이다. 전기로는 배출 탄소량이 고로(용광로)의 30% 미만이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현대제철은 전기로 비중을 키우고, 친환경 공법을 도입해 점진적으로 탄소를 줄인다는 청사진을 만들었다. 포스코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6000억원을 투입해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신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로만 보유한 다른 제강사들 역시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친환경 전기로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전체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40%가 철강에서 나온다. 정부·정치권에서는 철강산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종용한다. 고로를 대체할 수소환원제철 도입이 빨라도 204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전기로로 간극을 메우려던 철강사들이 계획이 가팔라진 전기료 부담에 위협받고 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자동차·조선·건설업 등 전방산업에 필수적인 기자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고용효과도 커 지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단순히 가정용보다 요금이 싼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탄소배출이 많다는 이유로 비판만 받는 게 사실이다.


업계는 정부·정치권이 상황 특수성을 이해하고, 전기요금 감면·동결 등 제도로 뒷받침 해야만 탄소중립 속도가 빨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영국에서는 철강을 포함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해당 지원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경쟁이 심화하는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저탄소 기술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산업계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별다른 대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제조원가에서 전력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철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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