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은 작년 4분기에만 약 600억원의 추가 전기료를 부담했다. 동국제강·세아베스틸 등 전기로 기반의 회사들 역시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진행한 전년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요금이 kWh 당 1원 오르면,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원 오른다"고 설명했다.
전체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40%가 철강에서 나온다. 정부·정치권에서는 철강산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종용한다. 고로를 대체할 수소환원제철 도입이 빨라도 204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전기로로 간극을 메우려던 철강사들이 계획이 가팔라진 전기료 부담에 위협받고 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자동차·조선·건설업 등 전방산업에 필수적인 기자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고용효과도 커 지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단순히 가정용보다 요금이 싼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탄소배출이 많다는 이유로 비판만 받는 게 사실이다.
업계는 정부·정치권이 상황 특수성을 이해하고, 전기요금 감면·동결 등 제도로 뒷받침 해야만 탄소중립 속도가 빨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영국에서는 철강을 포함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해당 지원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경쟁이 심화하는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저탄소 기술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산업계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별다른 대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제조원가에서 전력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철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