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새 2배 뛴 해운운임…팬오션 뜨는데 HMM 우울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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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월동 인천 내항 TBT 부두에서 팬오션이 임차한 피오렐라호의 남미산 옥수수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인천 송월동 인천 내항 TBT 부두에서 팬오션이 임차한 피오렐라호의 남미산 옥수수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해운 운임이 반등하는 가운데 해운사 간 주가에는 차별화가 나타난다. 중국 경기와 밀접한 벌크선사들은 수혜를 누리는 반면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받는 컨테이너선사들은 여전히 암울하다.

벌크선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팬오션 등 주요 벌크선사들의 주가 상승세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2일 오전 11시20분 기준 팬오션 (4,160원 ▲35 +0.85%)은 전일 대비 470원(7.42%) 오른 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해운 (1,785원 ▼22 -1.22%)은 전일 대비 145원(6.2%) 상승한 2485원을 기록 중이다.

팬오션 주가는 지난해 11월 4180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다. 현재까지 저점 대비 64% 올랐다. 대한해운 역시 지난해 9월 저점보다 약 30% 상승했다.



최근 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주가 상승을 이끈건 벌크선 운임의 상승이다. 글로벌 벌크선 운임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일 기준 1099를 기록하며 530부근까지 떨어졌던 지난달 중순보다 2배 가량 급등했다.

건화물선이라고 불리는 벌크선은 철강,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말 그대로 '벌크'(대용량)로 실어 나르는 선박이다. 원자재는 중국이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에 벌크선 운임은 중국 경기와 원자재 가격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수 년 간 1000~2000 사이에서 움직였던 BDI는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과 함께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에는 최고 5500대까지 상승하면서 벌크선사들은 큰 호황을 누렸다.


이후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BDI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 중순에는 500대까지 떨어지며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3월 수준까지 하락했다.

최근 BDI가 급반등한 배경 역시 중국이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경기도 살아나는 중이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전월(50.1)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52.6을 기록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향후 경기확장을 예상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계절성 요인도 있다. 통상 봄이 시작되는 3월이면 곡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벌크선 운임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중국 리오프닝 기대와 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살아나면서 BDI가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미 및 미국 걸프 중심으로 곡물 화물 유입이 증가하면서 대서양 항로 운임이 강세를 나타냈다"며 "철광석 가격이 톤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철강 물동량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벌크선 운임 상승의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은 팬오션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팬오션의 벌크 매출은 3조786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대한해운 역시 벌크 비중이 50%대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국내 해운업 대장주인 HMM (14,910원 ▼1,210 -7.51%)은 BDI 상승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이날 HMM 주가는 0.2%대 강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HMM의 주요 사업인 컨테이너 운임이 지금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달 24일 기준 946.68를 기록하며 2년8개월만에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특수로 SCFI는 한 때 5100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금리 상승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닥치면서 운임은 급락했다. 27주 연속 하락세다.

벌크선 시장과 컨테이너선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당분간 해운업계의 주가 차별화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벌크선 시장의 경우 현재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던 당시에도 벌크선 발주가 적었을뿐더러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벌크선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벌크선은 그동안 신규 발주가 거의 없었고 환경 규제도 강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쇼티지(공급부족)인 상황"이라며 "최근 BDI 상승의 원인이 수급 불균형이라고 하면 BDI 지수는 이전 고점(5500선)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 등 벌크선 업체들의 주가가 BDI 지수와 밀접하게 연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팬오션의 주가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팬오션 주가의 52주 고가는 8390원으로 지금보다 약 23% 높다. BDI 강세가 이어진다면 52주 신고가 달성도 가능하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반대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물동량은 크게 감소했지만 컨테이너선 발주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시장에 신규 컨테이너선들이 계속 공급되면 SCFI의 하락세 지속은 불가피하다.

엄 연구원은 "정기선 위주로 운행되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시장점유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점유율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컨테이너 운임이 더 빠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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