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램브러리의 한마디는 큰 파장으로 돌아온다. 담당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종적을 감추고, 네티즌은 익명의 뒤에 숨어 램브러리에게 손가락질하고, 프로그램 PD는 앞으로 와일드애니멀의 무대는 없다고 못 박는다. 하필 경비 결제까지 돌아오자 소속사 대표는 와일드애니멀의 5년을 돌아보고 해체를 결정한다. 제작비로 들어간 돈은 있지만 벌어온 돈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해체 통보에 슬퍼하는 멤버들 위로 램브러리의 방송 사고 리믹스 영상이 조회 수 200만을 돌파하는 등 예상치 못한 반응이 터졌다는 소식이 더해진다. 대표는 마음을 바꾼다. 와일드애니멀을 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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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돌과 로맨스. 나란히 놓일 수 없는 아니 나란히 놓인 걸 팬이라면 그다지 보고싶지 않는 단어이기에 눈을 한 번 질끈 감게 된다. 남자 아이돌 그룹에 여자 매니저라니, 이건 숨이 막히는 게 사실이다.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그것도 비주얼 멤버)와 스태프 사이의 로맨스라는 설정만으로도 물음표가 그려지는데, 그 스태프가 사실 입사 전 담당 그룹의 스케줄을 쫓아다닌 팬이었다면, 이 사실을 다른 팬도 알게 된다면... 이건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아마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연애만 하고 있던 거냐며 불매 운동이라도 벌이지 않을까. 어쩌면 현실은 상상보다 더 가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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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혹한 미래가 다가오지 않도록 드라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마련해둔다.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서사다. 우연우는 벼랑 끝에 섰던 김달을 끌어내렸다. 앞서 말한 프로모션 상황이다. 당시 김달은 담당했던 연예인의 죽음을 경험하곤 자신을 탓하는 상황이었다. 검은색 비닐 봉투를 들고 어딘가로 향하던 중 제 사인 CD만 받아 가달라는 우연우에게 잡혔다. 우연우는 김달의 손에 들린 봉투 속 내용물에 마음이 쓰이고 “다음 주 토요일엔 뭐하냐, 사인회 하는데. 이번 주 금요일엔 뭐하냐, 우리 뮤직비디오 공개되는데” “다음 주에도 보면 좋겠다”며 상큼한 얼굴로 아이돌 멘트를 남긴다.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적은 사인 CD를 김달의 손에 넘겨주곤 그의 손에 들린 봉투를 CD 값이라고 챙겨 든다. 이후 김달은 제 삶이 버거울 때마다 “연우가 나를 구해줬다”며 그때의 우연우를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김달이 매니저로 다시 취직하는 용기를 내는 데엔 역시 우연우가 있다. 역대급 방송 사고 이후 우연우(램브러리)가 아프다는 소식을 접하자 그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뿐이다. 우연우(램브러리)와 함께 찾은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되려 걱정을 듣지만 “난 괜찮다, 괜찮아야 한다. 연우를 구해야 하니까”라는 대답만 봐도 그의 다부진 마음을 알 수 있다. 12회가 예정된 가운데 아직 5회까지 방송됐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알 수 없지만, 서로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될 관계라는 점만은 기대해 볼 만하다.
다른 세계에서 대한민국으로 갑작스럽게 떨어진, 아이돌의 몸에 갇힌 대신관 램브러리. 126살이라는 그의 말투는 낯설 수밖에 없다. 조선 시대 복식으로 만났다면 괜찮았을까 상상해 보지만, 쉽사리 그려지진 않는다. 하지만 램브러리가 가진 치유력의 힘인지, 김달의 노력이 더해져서인지 그가 와일드애니멀 우연우의 삶에 적응해 가듯 어느새 점차 스며든다. B급, 항마력 등의 단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말이다. 가끔 때때로 “나는 춤을 모른다!”라는 외침이 들린다면, 당신도 어느새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