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故 이건희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03.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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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 논의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를 주도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 발언은 당시 '공산주의'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익공유 논란이 다시 미국에서 불붙었다. 이번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과 1942년생 동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로부터다.

미 상무부가 지난 1일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75%까지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내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 기업에게 혜택을 줬다 뺏는 셈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이번 발표를 듣고 10여년전에 했던 말을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삼성전자 (77,800원 ▼1,400 -1.77%)SK하이닉스 (182,900원 ▲3,000 +1.67%)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한 이유는 미국 내 수요도 있지만 세제혜택 등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다. 이윤을 배제한 기업활동은 없다. 특히 반도체는 부침이 큰 산업이다. 이익이 많을 때는 크게 나지만 불황기에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침체가 온다. 그 해에 초과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이는 다음 침체기를 위해 쌓아야 하는 재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기회에 보조금 회수는 물론 미국이 잃어버린 첨단 제조 기술 역량을 회복하겠다는 심산이다. 초과이익 회수는 물론 반도체 기업의 연구 및 제조시설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받고 싶다면 기업의 기밀을 미국 정부에 공개하라는 이같은 요구는 강대국의 폭압이다.


미국이 반도체 기업 유치를 통해 취해야 하는 것은 일자리다. 일자리는 돈이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국가 최고의 복지다. 거기에서 멈춰야지 더한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

자국에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그 기업의 기술을 빼 간다면 이는 미국이 비난하는 중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LCD 등 디스플레이 산업을 유치해갔던 중국이 한국의 LCD 산업을 무너뜨린 것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얘기다.

18세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21세기 세계 제1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보장이었다. 기회의 땅이어서 수많은 인재들이 미국에 모였고 그것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 기회의 땅이어야지 착취의 땅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술이든 돈이든 착취의 땅이 된다면 다시는 미국에 첨단 공장을 짓는 기업이 나탸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 영속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제국의 몰락은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할 때 순식간에 찾아온다.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미국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들은 재고돼야 한다. 팍스아메리카나의 몰락은 과한 욕심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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