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옮겨간 태극기 게양…3·1절에도 아파트 창문이 '휑'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김지은 기자 2023.03.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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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주년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왼쪽위), 강북구(오른쪽 위), 영등포구(왼쪽 아래), 인천 남동구(오른쪽 아래)의 아파트 단지에 걸린 태극기들./사진=독자제공제 104주년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왼쪽위), 강북구(오른쪽 위), 영등포구(왼쪽 아래), 인천 남동구(오른쪽 아래)의 아파트 단지에 걸린 태극기들./사진=독자제공


국경일 아파트 창문마다 태극기가 휘날리던 풍경을 보기 어려워졌다. 머니투데이가 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강남구·강북구·강서구, 인천 남동구의 아파트 단지 4곳을 현장 취재한 결과 단지마다 적게는 한가구도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거나 많아야 1개동 주민의 3분의 1가량이 태양기를 게양한 데 그쳤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3·1절이나 태극기 등을 키워드로 수십만개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이날 오후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삼일절'을 태그한 게시물만 28만개가 넘었다. '#태극기'를 키워드로 한 게시물도 24만개 이상 검색된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당연시됐던 태극기 게양 문화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셈이다.



온·오프라인의 이 같은 대비를 두고 최근 지어진 신축 아파트 상당수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 데다 학교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태극기 게양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분위기가 옅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태극기 게양 교육은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국기 게양 방식 등을 규정한 대한민국 국기법 제8조 등에서도 연중 국기를 달아야 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청사나 각급 학교와 군부대를 제외하면 단독(공동) 주택의 경우 밖에서 보았을 때 대문 중앙이나 왼쪽에 달아야 하는 규정이 있을 뿐 국경일 국기 게양이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어서 신·구세대에 따라 태극기 게양에 대한 인식이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박모양은 "초등학교 때 태극기 게양하는 법과 3·1절, 현충일에 태극기 다는 이유를 배웠지만 그동안 집에서 태극기를 단 적이 없다"며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5년차 중학교 교사 김모씨(30)는 "교육과정에서 태극기 게양을 강조하는 내용은 없다"며 "교육부에서도 공문으로 교육하라고 내려오긴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라 보통 교실 벽에 붙여놓는 편"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게양 문화가 사라지면서 태극기를 판매하는 곳도 크게 줄었다. 그나마 태극기를 만드는 업체도 예전만 못한 수익에 고민이 크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태극기 제작업체 대표는 "통상 연초 효과에 겹쳐 3·1절을 앞둔 2월이 판매량이 제일 많은데 10년 전과 비교하면 올 2월 매출은 절반 이하"라며 "그나마 지방자치단체나 관공서에 납품하는 물량이 아니면 태극기를 가져가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태극기 제작업체 관계자는 "관공서가 아니면 집에 걸어놓는 용도 등으로 크기가 큰 태극기를 사 가는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주문이 들어오는 것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용이나 집회용으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깃발 형태의 태극기"라고 말했다.

제104주년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상인들이 태극기를 팔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제104주년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상인들이 태극기를 팔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제104주년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 상인이 태극기를 팔고 있다. 소형 태극기 중 가장 큰 건 5000원, 가장 작은 비닐 재질 태극기는 1000원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제104주년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 상인이 태극기를 팔고 있다. 소형 태극기 중 가장 큰 건 5000원, 가장 작은 비닐 재질 태극기는 1000원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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