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회 말 7번 김헌곤의 선제 적시타를 포함해 대거 3득점을 올린 삼성은 이후 롯데 투수진을 상대로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3회 2점을 내준 뒤 6회 초에는 4실점을 기록하며 그대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어둡기만 하던 삼성에도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바로 좌타자 김태훈(27)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팀의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중간 2루타를 기록, 선취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3회에도 오른쪽 2루타를 터트리면서 연달아 장타를 만들었다.
김태훈은 올해 삼성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팀이 낸 4점 중 절반에 기여했다. 그는 지난 11일 주니치와 경기에서도 4회 솔로홈런을 터트리며 팀 유일한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연습경기 기간이긴 하나 분명 주목할 성적이다.

KT에서만 8년 동안 머물렀던 김태훈은 지난해 FA(프리에이전트)를 통해 이적한 김상수(33)의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할머니가 대구 근처 경북 경산에 거주하고 있어 친근한 곳이었다.
김태훈은 "큰 변화였다. 가족들도 다 경산에 있고 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런 마음만 가지면 부담되고 오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를 떠나서 항상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보상선수 신화' 욕심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 해 앞서 FA 보상선수로 이적한 포수 김재성(27)에게 '너무 잘하려고 신경쓰지 말고 하던 대로 편하게 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1군 적응을 위해 김태훈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6kg이 빠질 정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타격 타이밍을 수정하고 있다는 그는 "타격코치님이 '타이밍을 너무 급하게 잡는다'고 얘기했는데,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캠프 끝날 때까지 여유 있게 타이밍을 잡으려 했는데 어렵더라"고 고백했다.
동료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있다. 중심타자 오재일(37)은 김태훈에게 "변화구를 받쳐놓고 치긴 어렵다. 제일 빠른 공에 맞춰서 나가면서 맞는 거다"는 조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원석(37) 역시 "이제 시합해야 되는데 왜 폼을 신경쓰나. 타이밍을 맞춰 앞에서 공을 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팀 내 여러 사람들의 조언 속에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김태훈. 그가 '김상수의 보상선수'라는 타이틀 대신 본인의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될 때가 바로 올해가 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