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늘어난 세금까지 감수하는데"..가격인상 접는 식품업계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03.0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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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늘어난 세금까지 감수하는데"..가격인상 접는 식품업계


주류업계가 소주, 맥주 가격을 일제히 동결키로 하면서 식품업계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정부의 압박에 의한 가격통제'라는 지적에도 동결을 선언한 기업까지 나온 마당에 가격인상을 강행할 경우 정부엔 미운털이 박히고 소비자들의 원성까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3사는 당분간 소주, 맥주 가격 인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가격인상 요인이 분명함에도 정부가 각 주류사에 가격인상 자제를 당부한데 이어 실태조사와 간담회 소집 등 압박수위를 높인 영향이다.



가격동결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맥주다. 세금은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세금을 주류회사가 대신 내주는 셈이 된다. 소주와 달리 종량세가 적용되는 맥주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세금이 자동으로 오른다. 지난해 물가 급등 영향으로 4월부터 적용되는 주세는 리터당 30.5원 오른 885.7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주세법 개정으로 기존 물가상승률의 100%에서 정부 재량으로 70~13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지난해 물가상승률 5.1%의 70%인 3.57%만 적용한 결과다.

오비맥주의 경우 인상된 세금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연간 약 45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다. 2021년 오비맥주 영업이익이 2619억원임을 고려하면 2000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오비맥주는 같은 해 1조344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주세 등으로 납부한 돈은 9741억원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금이 오르는 맥주 점유율이 낮은 것은 위안이지만 소주 역시 가격인상 요인이 많다. 주원료인 주정가격이 7.8% 인상됐고 에너지 비용과 신병(새로 만드는 병) 가격도 오르면서 올해도 가격인상이 예고돼 있었다.

주류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발맞춰 가격인상을 늦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불편한 속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을 뒤흔드는 자영업자에 가격통제를 할 수 없으니 제조사만 압박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세금은 올리면서 자영업자에 가격인상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가격을 억누르다보니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하이트진로 주가는 가격동결 발표가 나온 후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세금 인상분조차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압박하자 가격인상을 계획했던 다른 기업들도 몸을 낮추고 있다. 풀무원이 풀무원샘물과 워터루틴 등의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다가 인상계획을 철회했다. 대상도 3월 인상을 준비했다가 최근 서민물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잠정 보류했다. 지난 16일부터 대형마트에 장류, 다시다 등의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 CJ제일제당도 편의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다만 1월부터 가격인상을 선언한 후 채널별로 순차적 가격인상을 진행해 온 제과기업들은 기존 계획대로 가격인상을 진행했다. 동네슈퍼에 인상가격을 적용한 빙그레, 해태, 롯데제과 등도 편의점의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의 인상 가격을 이날부터 적용했다.

한편 전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2개 식품기업 임원들을 불러 물가안정 간담회를 갖고 업계의 가격인상 자제를 다시한번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에도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자제를 당부했지만 식품업계 대부분이 원가부담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단행해왔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0일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일제히 상승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부자잿 가격 및 물류비 역시 상승한 영향이다. 2023.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0일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일제히 상승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부자잿 가격 및 물류비 역시 상승한 영향이다. 2023.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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