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0원이면 OK" 심야버스로 우르르…텅 빈 택시는 웁니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기성훈 기자, 강주헌 기자, 김도엽 기자, 배한님 기자 2023.03.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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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택시비 인상 1개월(下)

편집자주 서울 택시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한 달이 지났지만 택시기사들도, 승객들도 불만만 쌓였다. 택시비 인상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요금 올리니 늘어선 택시 행렬…시민들은 심야버스로 달려갔다
③요금 인상에 주춤한 시민들…심야버스 탑승객 23% 증가



지난달 1일 서울택시 기본요금 인상 후 서울의 택시 공급량은 일평균 약 1만1600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일부 시민들은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하며, 할증까지 적용되는 심야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이용량이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공공요금, 물가인상 등의 요인과 겹쳐 요금 인상 후 택시 운행 건수는 되레 감소한 상황이다.

◇ 일평균 운행대수 4% 증가…운행건수는 감소



"2150원이면 OK" 심야버스로 우르르…텅 빈 택시는 웁니다


28일 서울개인택시조합이 분석한 '택시 기본요금 인상 이후 운행평가'에 따르면 2월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 이후 서울의 택시 공급량은 하루(24시간 누적대수)에 약 1만1647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요금이 오르기 전인 1월 1~10일과 오른 후인 2월 1~10일의 일평균 운행대수를 보면 27만908대에서 28만2555대로 약 4%가 증가했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익일 4시까지 심야할증이 붙는 시간대의 공급량이 비할증 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늘어났다. 심야할증 시간대 누적대수의 경우 1월 6만784대에서 2월 6만4120대로 약 5%가 늘었고, 비할증 시간대 누적대수는 1월 21만124대에서 2월 21만8453대로 약 4%가 증가했다. 서울 법인택시 관계자에 따르면 법인택시의 경우 공급량이 인상 전후 비슷한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시의 요금 인상 정책이 공급량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반면 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택시 기사들의 운행건수는 감소했다. 요금인상 전인 1월 1~10일 하루 50만6954건이던 개인택시 운행건수는 인상 후인 2월 1~10일 하루 49만4562건으로 약 1만2000건이 줄었다. 시간대별로 보면 할증시간대는 11만7684건에서 11만6413건으로, 비할증시간대는 38만9269건에서 37만8148건으로 감소했다.


기사들의 수익구조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요일별로 기사들의 일평균 수입을 보면 가장 많이 수입이 오른 일요일의 경우 13.6% 정도가 증가했고, 가장 적게 늘어난 금요일은 5.53% 올랐다"고 전했다.

◇택시 이용객 감소…심야버스 승객수 증가로 이어져

"2150원이면 OK" 심야버스로 우르르…텅 빈 택시는 웁니다
택시 운행건수 감소와 맞물려 대중교통 이용객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심야할증 시간대와 할증률이 확대되며, 큰 폭으로 요금이 오른 오후 10시 이후의 탑승객이 증가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2월 셋째주 심야버스 일평균 승객수는 1만6414명으로, 기본요금 인상과 심야 택시 할증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셋째주(1만3362명) 대비 23%가 늘었다. 둘째주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2월 1만6041명, 지난해 11월 1만3463명으로 19%가 늘었다.

오후 10시 이후 지하철 승객수도 소폭이지만 증가세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오후 10시 이후 지하철 1~8호선 승하차 인원은 지난 1월 첫째주 320만394명에서 2월 첫째주 335만4104명, 2월 둘째주 349만497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요금 인상에 따라 택시 서비스 개선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지며, 시는 '택시 서비스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다. 불친절 신고가 주기적으로 누적된 기사에 대해선 보수교육 재실시·통신비 지원 중단 등을 검토하고, 불친절 등 민원 발생시 자발적으로 택시요금을 환불하는 '불친절 요금 환불제도'도 다시 시행했다.

지난 17일에는 국토교통부에 불친절 행위 건수를 위반지수에 산정하는 규정 신설, 불친절 행위자에 대한 유가보조금 미지급 조치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법령·지침 개정을 건의했다. 시민 칭찬이나 조합 등 기관의 추천을 받은 우수 기사에 대해선 시민표창과 함께 시 인증 친절기사 스티커를 지급한다.

아무리 뜯어고쳐도 계속되는 택시 갈등…승객 불편은 공회전
④ "규제 일변도 정책 안돼"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승객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승객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택시 산업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택시비를 인상해도, 규제를 풀어도 갈등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택시뿐 아니라 이동수단과 승객 전체를 고려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1일 택시비가 인상된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택시 대란'이 꼽힌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택시기사가 줄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귀갓길 택시 수요는 폭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9~2022년 법인택시 기사 10만2000여명 중 2만8000여명(27%)이 배달·택배 등으로 이탈했다. 서울에서는 3만1000여명 중 1만명 이탈했다.

이에 정부는 50년 묵은 '택시 부제'를 해제해 공급을 늘렸다. 택시 부제는 요일을 나눠 운행을 번갈아 쉬는 제도다. 그러면서 승객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폈다. 최대 3000원이었던 심야 호출료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상시켰다.

그러나 당사자인 택시 기사들과 승객들의 불만이 높다. 공급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요금 인상으로 승객 수까지 줄었기 때문.

코로나19 이전에도 택시 산업 내 갈등은 있었다. 승차공유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 출시한 '타다'는 기존 택시 기사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타다는 정부의 규제에 막혀 사업이 쪼그라들었다. 혁신과 기득권이 충돌하자 갈등의 원인을 없애버린 셈이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기업의 보호와 육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당 산업은 아직까지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거나 영업이익이 작은데 사업 기반이 형성되기도 전에 규제를 해버리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택시 산업 종사자의 생계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규제 문턱을 낮춰 카카오T(카카오모빌리티), VCNC(타다)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택시 서비스를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고 요금만 인상하는 등 단편적인 정책을 펼치다 보니 택시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택시기사들의 소득이 줄어들어 양질의 인력이 택시 산업을 빠져나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종사자들과 승객들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택시 산업 하나만 보지 말고 이동수단 전체를 봐야 한다"며 "큰 그림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구축하고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너무 좁은 시각,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택시기사와 플랫폼, 소비자까지 고려하는 큰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택시요금 인상에 분주해진 택시앱들...뒤집기 시도?
⑤ 각종 프로모션으로 점유율 변화 꾀하는 택시앱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인상 적용된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한 택시 미터기에 4800원으로 인상된 기본요금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이날 오전 오전 4시부터 3천800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26%) 인상됐다. 기본 거리는 2㎞에서 1.6㎞로 400m 줄어들었다.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사진=뉴스1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인상 적용된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한 택시 미터기에 4800원으로 인상된 기본요금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이날 오전 오전 4시부터 3천800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26%) 인상됐다. 기본 거리는 2㎞에서 1.6㎞로 400m 줄어들었다.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사진=뉴스1
일부 택시 앱은 요금 인상에 따른 수요감소를 점유율 확대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 각종 프로모션으로 고객 유입에 나서는 것이다. 굳건한 시장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잠식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아직은 역부족이라는게 중론이다.

택시 중개 서비스 2위 사업자인 우티(UT)는 오는 3월 12일까지 택시 자동 결제 고객에게 요금을 10% 상시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우티는 2월 26일까지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4시 탑승 고객에게 택시 요금을 40%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할인 한도는 최대 2만원까지다. 지난해 말 택시 대란 해결을 위해 심야 할증비가 인상된 데다 기본요금까지 오르면서 부담을 느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함이었다.

3위 사업자인 티머니의 택시 호출 앱 티머니 온다도 요금 할인 전쟁에 뛰어들었다. 티머니 온다(onda)는 3월12일까지 택시비 30%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규 가입 고객에게는 5000원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기존 중형 택시보다 비쌌던 대형·고급 택시는 택시비 인상이 역으로 호재가 됐다. 이번 택시비 인상이 중형택시에만 적용되면서 대형택시와 기본요금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대형택시의 경우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높은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는 중형택시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대는 중형택시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진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대형택시 아이엠 차량들은 '기본 요금 4000원'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니며 모객에 나섰다.

/출처=모바일인덱스/출처=모바일인덱스
그러나 아직까지 택시 앱 판도를 뒤집을 만큼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프로모션이나 고급화 전략 등에도 줄어든 수요를 메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앱 보다 사용자 이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금요일과 택시비 인상 직후인 2월 첫째 주 금요일 사용자 수를 비교했을 때 하락률이 낮은 곳이 카카오모빌리티(약 8%)였다. 우티 이용자는 23.8%, 티머니 온다는 23.6%, 타다는 34.3%, 아이엠은 40.6% 감소했다. 인상된 택시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2월 마지막 주 금요일 이용자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양상이었다.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우티만 카카오모빌리티보다 이용자 하락 폭이 1.5%p(포인트) 낮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할인 프로모션 만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 봤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이용자는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할인을 챙기는 '체리피킹'을 하겠지만, 그 외 이용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할인이 끝나면 플랫폼 특성상 택시 공급이 풍부한 1위 사업자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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