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평균 운행대수 4% 증가…운행건수는 감소

특히 오후 10시부터 익일 4시까지 심야할증이 붙는 시간대의 공급량이 비할증 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늘어났다. 심야할증 시간대 누적대수의 경우 1월 6만784대에서 2월 6만4120대로 약 5%가 늘었고, 비할증 시간대 누적대수는 1월 21만124대에서 2월 21만8453대로 약 4%가 증가했다. 서울 법인택시 관계자에 따르면 법인택시의 경우 공급량이 인상 전후 비슷한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시의 요금 인상 정책이 공급량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반면 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택시 기사들의 운행건수는 감소했다. 요금인상 전인 1월 1~10일 하루 50만6954건이던 개인택시 운행건수는 인상 후인 2월 1~10일 하루 49만4562건으로 약 1만2000건이 줄었다. 시간대별로 보면 할증시간대는 11만7684건에서 11만6413건으로, 비할증시간대는 38만9269건에서 37만8148건으로 감소했다.
기사들의 수익구조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요일별로 기사들의 일평균 수입을 보면 가장 많이 수입이 오른 일요일의 경우 13.6% 정도가 증가했고, 가장 적게 늘어난 금요일은 5.53% 올랐다"고 전했다.
◇택시 이용객 감소…심야버스 승객수 증가로 이어져

오후 10시 이후 지하철 승객수도 소폭이지만 증가세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오후 10시 이후 지하철 1~8호선 승하차 인원은 지난 1월 첫째주 320만394명에서 2월 첫째주 335만4104명, 2월 둘째주 349만497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요금 인상에 따라 택시 서비스 개선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지며, 시는 '택시 서비스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다. 불친절 신고가 주기적으로 누적된 기사에 대해선 보수교육 재실시·통신비 지원 중단 등을 검토하고, 불친절 등 민원 발생시 자발적으로 택시요금을 환불하는 '불친절 요금 환불제도'도 다시 시행했다.
지난 17일에는 국토교통부에 불친절 행위 건수를 위반지수에 산정하는 규정 신설, 불친절 행위자에 대한 유가보조금 미지급 조치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법령·지침 개정을 건의했다. 시민 칭찬이나 조합 등 기관의 추천을 받은 우수 기사에 대해선 시민표창과 함께 시 인증 친절기사 스티커를 지급한다.
아무리 뜯어고쳐도 계속되는 택시 갈등…승객 불편은 공회전④ "규제 일변도 정책 안돼"

2월1일 택시비가 인상된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택시 대란'이 꼽힌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택시기사가 줄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귀갓길 택시 수요는 폭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9~2022년 법인택시 기사 10만2000여명 중 2만8000여명(27%)이 배달·택배 등으로 이탈했다. 서울에서는 3만1000여명 중 1만명 이탈했다.
이에 정부는 50년 묵은 '택시 부제'를 해제해 공급을 늘렸다. 택시 부제는 요일을 나눠 운행을 번갈아 쉬는 제도다. 그러면서 승객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폈다. 최대 3000원이었던 심야 호출료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상시켰다.
그러나 당사자인 택시 기사들과 승객들의 불만이 높다. 공급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요금 인상으로 승객 수까지 줄었기 때문.
코로나19 이전에도 택시 산업 내 갈등은 있었다. 승차공유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 출시한 '타다'는 기존 택시 기사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타다는 정부의 규제에 막혀 사업이 쪼그라들었다. 혁신과 기득권이 충돌하자 갈등의 원인을 없애버린 셈이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기업의 보호와 육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당 산업은 아직까지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거나 영업이익이 작은데 사업 기반이 형성되기도 전에 규제를 해버리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택시 산업 종사자의 생계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규제 문턱을 낮춰 카카오T(카카오모빌리티), VCNC(타다)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택시 서비스를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고 요금만 인상하는 등 단편적인 정책을 펼치다 보니 택시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택시기사들의 소득이 줄어들어 양질의 인력이 택시 산업을 빠져나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종사자들과 승객들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택시 산업 하나만 보지 말고 이동수단 전체를 봐야 한다"며 "큰 그림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구축하고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너무 좁은 시각,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택시기사와 플랫폼, 소비자까지 고려하는 큰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택시요금 인상에 분주해진 택시앱들...뒤집기 시도?⑤ 각종 프로모션으로 점유율 변화 꾀하는 택시앱

택시 중개 서비스 2위 사업자인 우티(UT)는 오는 3월 12일까지 택시 자동 결제 고객에게 요금을 10% 상시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우티는 2월 26일까지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4시 탑승 고객에게 택시 요금을 40%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할인 한도는 최대 2만원까지다. 지난해 말 택시 대란 해결을 위해 심야 할증비가 인상된 데다 기본요금까지 오르면서 부담을 느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함이었다.
3위 사업자인 티머니의 택시 호출 앱 티머니 온다도 요금 할인 전쟁에 뛰어들었다. 티머니 온다(onda)는 3월12일까지 택시비 30%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규 가입 고객에게는 5000원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기존 중형 택시보다 비쌌던 대형·고급 택시는 택시비 인상이 역으로 호재가 됐다. 이번 택시비 인상이 중형택시에만 적용되면서 대형택시와 기본요금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대형택시의 경우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높은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는 중형택시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대는 중형택시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진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대형택시 아이엠 차량들은 '기본 요금 4000원'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니며 모객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할인 프로모션 만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 봤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이용자는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할인을 챙기는 '체리피킹'을 하겠지만, 그 외 이용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할인이 끝나면 플랫폼 특성상 택시 공급이 풍부한 1위 사업자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