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어느 시점에 테슬라에 투자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서학개미들은 대부분 천당과 지옥을 오갔을 것이다. 다수는 결과적으로 아직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운 좋게도 롤러코스터 같은 주가 흐름을 관망하다가 올 초 저점에 매수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거의 100%에 육박할 수도 있다.
물론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주가 급등락에 밤잠을 설쳤는데 손실을 볼 경우 아무런 보전 조치도 해주지 않으면서, 이익을 보면 가차 없이 22%를 세금으로 거둔다고 하니 억울한 생각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앞서 본 테슬라 주식을 예로 들어본다. A씨가 올 초 테슬라 2000주를 주당 13만원에 매수했는데, 주당 평균가격이 25만원이 되는 시점에 보유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한다. 과거 10년 동안 증여한 재산이 전혀 없다면 증여재산가액은 5억원(25만원 x 2000주)이 되니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위 주식을 증여받은 배우자가 그대로 25만원에 양도하면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이 같아 양도차익이 없게 되니 양도세도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A씨가 이를 증여하지 않고 직접 양도하면 양도차익 2억4000만원{(25만원-13만원) x 2000주}에서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의 22%인 5225만원을 양도소득세 등으로 납부해야 한다. 결국 배우자 증여를 활용하면 세금을 5000만원 넘게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배우자 공제를 활용한 절세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을 때도 유용할 것 같지만, 부동산의 경우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그 자산을 증여받은 배우자가 증여일부터 10년 안에 다시 타인에게 양도한다면 증여자가 그 자산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규정이 있으니 이 방안을 활용할 수 없다. 반면 해외주식은 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배우자 공제를 활용한 절세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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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절세 방안도 앞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금융투자소득세로 전면 개편될 예정인 탓이다. 앞으론 주식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을 증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양도한다면, 부동산과 유사하게 증여를 받은 사람의 취득가액이 아니라 증여를 한 사람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을 계산하도록 세법이 개정됐다. 이 개정 내용은 당초 올해 1월1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2년 연기되며 2025년 1월1일로 미뤄졌다.
따라서, 2025년 1월1일부터는 더 이상 배우자 증여로 해외주식 양도세를 줄일 수 없다. 물론 증여받은 날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양도하면 증여재산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테슬라 주식처럼 주가는 변동 폭이 워낙 커서 증여 후 1년 동안 주가가 폭락하면, 양도세를 줄이려다가 주식 매도 기회를 놓쳐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2025년 이후 앞서 본 방안을 활용하여 절세하긴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2025년부터 시행되는 개정내용은 배우자에게 증여한 후 양도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배우자가 아닌 직계존비속 등 다른 가족에게 증여한 뒤 양도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이용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배우자와 달리 직계존비속의 경우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금액이 10년 동안 성인은 5000만 원, 미성년자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활용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세금을 무시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세금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선행적 고려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주식 투자는 워낙 가격 변동성이 커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이 발생해 세금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건 오히려 행복한 상황일 것이다. 높은 수익에는 반드시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에 유의하고 위험을 잘 관리하여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