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률 19.8%로 '누적 378만%'…버핏의 긴 편지 보니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3.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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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지 10장' 버핏 올해의 주주 서한…
"5년마다 정말 좋은 결정하면 성공",
"황당한 가격에 주식 거래될 때 있다",
"훌륭한 파트너보다 소중한 것 없어"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사진=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사진=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올해도(2월25일) 변함없이 주주 서한을 발표했다. 주주 서한은 버핏이 매년 2월말 주주들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올해는 A4지 10장)로 버핏의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자료다.

연 수익률 정보를 먼저 붙인 뒤 시작한 서한의 첫 문장에서 버핏은 "수많은 개인들의 저축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주주의 돈을 자신의 돈처럼 운용한다는 버핏의 책임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주주 서한에서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에 있는 주주의 저축을 배분하는 일 △12개의 훌륭한 결정이 대부분의 수익을 결정했다는 점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의 어록을 주로 말했으며, 특히 멍거의 어록을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나열하며 오랜 사업 파트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버핏이 버크셔를 통해 올린 수익은 전설적이다. 1965~2022년까지 58년 동안 버크셔의 연평균 수익률은 19.8%로 S&P500 지수 수익률(9.9%)의 두 배를 기록했다. 기간을 한 해 늘린 1964~2022년까지 59년 동안 버크셔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378만7464%에 달한다. S&P500 지수의 누적수익률(2만4708%)을 월등히 초과하는 수치다.



'오마하의 현인'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를 포함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들려주는 말을 살펴보자.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AFPBBNews=뉴스1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AFPBBNews=뉴스1
버핏이 하는 일은 "주주 저축을 배분하는 일"
먼저 버핏은 멍거와 자신은 두 가지 소유 형태를 통해 버크셔에 있는 주주의 저축을 배분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지분 100%를 소유하는 완전 자회사로서 버크셔는 이들 자회사의 자본 배분을 지시하고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할 최고경영자(CEO)를 선택한다. 특히 버핏은 대형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신뢰(trust)와 원칙(rules)이 필수적이며 버크셔는 신뢰를 극단적인 수준까지 강조한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냐면 사업적인 실수는 이해하지만, 경영진의 개인적인 위법 행위에 대한 관용도는 제로(0)라고 밝힐 정도다.


두 번째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해서 수동적으로 사업의 일부를 소유하는 형태다. 이 경우 버크셔는 경영진 선택 과정에서 발언권이 없다.

버핏은 장기 지속되는 우호적인 경제적 특성과 믿을 수 있는 경영진을 가진 기업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이 버크셔의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버핏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보유할 때는 장기 경영 성과에 대한 기대에 따라 주식을 보유하지 트레이딩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자신과 멍거는 주식을 고르는 사람(stock-pickers)이 아니라 기업을 고르는 사람(business-pickers)라고 강조했다.

연 수익률 19.8%로 '누적 378만%'…버핏의 긴 편지 보니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또 버핏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 중 대중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사라졌다며 자본주의가 가진 두 가지 측면을 설명했다. 즉 자본주의 시스템은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가 높이 쏟아져 나오는 분유정(지하의 석유가 천연가스의 압력에 의해 땅 위로 높이 분출하는 유정)을 만드는 동시에 끊임없이 패자를 양산한다. 바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다.

주식 시장에 대한 버핏의 평가도 재밌다.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할 때의 이점은 가끔씩 훌륭한 기업의 일부를 훌륭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이라며, 간혹 주식은 정말 어리석을 정도로 높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효율적인(efficient)' 시장은 교과서에만 존재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과 채권 가격이 종종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며 이는 대개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볼 때만 이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공개된 정보는 현재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줄곧 부정해왔다.

"58년간 약 12개의 훌륭한 결정"
버핏은 자신의 성적표도 매겼다. 58년간 버크셔를 경영해온 자신의 자본배분 결정은 '그럭저럭(so-so)'과 다름없다고 겸손하게 평가했다. 버핏은 버크셔의 만족스런 결과는 약 12개 정도의 정말 좋은 결정의 결과라며 "5년마다 하나의 결정만 제대로 내려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12개의 좋은 결정 중 버핏이 이번 주주 서한에서 언급한 건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다. 버크셔는 1994년 8월 7년간에 걸친 코카콜라 주식 4억주 매수를 마무리했으며 총 매수비용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인 13억 달러에 달했다.

버크셔가 코카콜라로부터 받은 현금배당은 1994년 7500만 달러에서 2022년 7억400만 달러(약 9325억원)로 늘었다. 버핏은 해마다 틀림없이 생일이 오는 것처럼 배당금 역시 계속 증가했다며 멍거와 자신이 할 일은 배당금 수표를 현금화하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멕스도 비슷한 스토리다. 버크셔의 아멕스 주식 매수는 1995년에 완료됐으며 총 매수비용은 우연찮게도 역시 13억 달러였다. 연간 배당금은 4100만 달러에서 3억200만 달러로 늘었다.

코카콜라와 아멕스가 지급한 배당금은 기분 좋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이다. 버크셔의 코카콜라 지분가치는 250억 달러(33조원), 아멕스 지분가치는 220억 달러로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버크셔가 보유한 코카콜라와 아멕스 지분은 각각 버크셔 순자산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버핏은 투자자에게 "꽃이 피면 잡초는 시들면서 저절로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교훈을 던진다. 꽃은 코카콜라·아멕스, 잡초는 30년이 지나도 가격이 그대로인 채권을 들 수 있다. 버핏은 "경이로운 결과를 만드는 데는 단지 몇 개의 성공만 있으면 된다"면서 "빨리 시작하고 (자신처럼) 90대까지 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2022년 말 기준 버크셔가 최대 주주인 회사는 8개사다. 바로 아멕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셰브론, 코카콜라, HP, 무디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주인공이다. 이 중 아멕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셰브론, 코카콜라는 '버크셔 보유종목 탑5'에 든 종목이며 애플까지 합친 5개 종목이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다.

훌륭한 파트너를 갖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연 수익률 19.8%로 '누적 378만%'…버핏의 긴 편지 보니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이번 주주서한에서 특이한 대목은 버핏이 오랜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의 어록을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나열한 대목이다. 버핏은 멍거와 자신이 생각하는 게 비슷하지만 자신이 한 페이지로 설명할 때 멍거는 한 문장으로 요지를 설명한다고 칭송했다. 또한 멍거의 설명은 언제나 보다 논리정연하고 기교적이며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직설적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이 최근 팟캐스트에서 뽑은 멍거 어록 15개 중 10개를 골라봤다.

1. 내가 알고 싶은 전부는 내가 어디에서 죽을 것인지이며 나는 결코 그 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관련된 생각으로는 일찍 여러분이 바라는 자신의 부고를 쓰고 거기에 맞춰 행동하는 게 있다.
2. 세상은 어리석은 도박꾼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들은 인내심 있는 투자자만큼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다.
3. 만약 여러분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면, 왜곡된 렌즈로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
4. 인내심을 배울 수 있다. '긴 주의 지속시간(long attention span)'과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다.
5. 만약 항해할 수 있는 보트로 헤엄쳐갈 수 있다면 가라앉는 보트의 물을 퍼내지 마라.
6. 훌륭한 기업은 여러분이 일하지 않을 때도 계속해서 일한다. 그저 그런 기업에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7.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하길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투표기(voting machine)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weighing machine)와 같다." 만약 여러분이 무언가 가치있는 걸 계속해서 만든다면, 현명한 사람들이 알아채고 사기 시작할 것이다.
8. 투자에 있어서 100% 확실한 기회는 없기 때문에 레버리지 사용은 위험하다. 높은 수익을 연달아 올려도 한번 제로(0)를 곱하면 결국 0이 된다. 두 번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9. 훌륭한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여러분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세계가 변하면 여러분도 변해야 한다.
10. 워런, 좀 더 생각해보게. 자네는 똑똑하고 나는 옳으니까.

버핏은 멍거와 통화할 때마다 항상 웃으면서 새로운 걸 깨달았다며 멍거 어록에 자신의 원칙 하나를 덧붙였다. "아주 영리하고 훌륭한(high-grade) 파트너(여러분보다 약간 나이가 많으면 더 좋다)를 찾아서 그가 말하는 걸 매우 주의깊게 들어라."

버핏은 오는 5월 5일과 6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보기를 열망한다고 말하며 주주 서한을 마쳤다. 벌써부터 5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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