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 최대주주 이사회 장악…'소액주주 갈등' 휴마시스, 주총 3시간 안돼 끝

머니투데이 군포(경기)=박미리 기자 2023.02.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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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결의' 정관변경 부결, 이사 선임·보수한도 등 가결
"미래아이앤지에 왜 넘기냐" 반발, '신분증 복사' 갈등도
내달 17일 정기주총…이사 추가선임·정관 변경 등 안건

28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휴마시스 경기도 군포공장 /사진=박미리 기자28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휴마시스 경기도 군포공장 /사진=박미리 기자


28일 오전 8시40분.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휴마시스 경기도 군포공장 앞은 한산하고 적막감이 감돌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소액주주들과 주주환원 및 소통 강도를 놓고 큰 갈등을 빚어왔고, 최근엔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면 예상됐던 사측과 소액주주들 간 충돌은 주총 전 없었다. 안건 가부(可否) 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주주들은 대체로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30여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휴마시스 소액주주는 작년 9월 말 기준 6만7000명 정도다.

주총이 예정됐던 오전 9시가 됐다. "주총 시작합니다. 빨리 입장해주세요. 늦으면 (의결권) 행사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휴마시스 직원 5명의 외침에 허공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문이 바로 닫힌 건 아니었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10분 정도까진 입장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오전 9시 이후 주주 5명 정도가 1~2분 간격으로 분주히 주총장에 들어갔다. 10분이 지나자 회사는 군포공장을 에워싼 출입문을 닫았다. 주총은 위임장 확인에 시간이 걸려면서 오전 10시40분께 시작됐다. 끝난 시간은 약 1시간 후인 오전 11시50분이다.
28일 오전 출입문이 닫힌 휴마시스 군포공장 /사진=박미리 기자28일 오전 출입문이 닫힌 휴마시스 군포공장 /사진=박미리 기자
이날 휴마시스 (1,759원 ▼39 -2.17%) 임시 주총에는 △이사 선임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올라왔다. 이중 특별결의 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을 제외하고 모두 통과됐다. 특별결의 사항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필요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에서도 3분의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지분율은 46.7%로 알려졌다. 정족 수는 기준을 넘었지만 찬성표가 기준에 못미치면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회사와 각을 세워온 소액주주들은 모든 안건 부결을 예고해왔다.



정관 변경은 사업목적 추가, 분기배당 추진, 이사회 소집 통지일 조정(회일 7일 전→1일 전) 등이 골자다. 이중 사업목적 추가는 △건강(헬스케어) 관련 제품의 개발, 제조 및 판매 유통업 △연구개발을 위한 지적재산권 도입 및 투자사업 △상장사, 벤처기업, 신사업 관련 회사 등 국내외 회사의 주식, 지분, 전환사채 등 취득·소유 및 그들 회사의 지배 혹은 경영관리업무 등을 새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것이다. 마지막 항목이 M&A(인수합병)를 염두에 둔 사업목적 추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결되면서 실행 가능한 시점도 뒤로 밀렸다.

그나마 휴마시스가 안도한 건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휴마시스는 지난달 말 최대주주가 차정학 대표에서 아티스트코스메틱으로 바뀐 뒤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예고했다. 이로써 김학수 미래아이앤지 (1,145원 ▼54 -4.50%)(아티스틱코스메틱 모회사) 대표와 강승훈 미래아이앤지 이사가 사내이사로, 노병렬 대진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회사는 전날 김성곤 인콘 대표(사내), 조병수 의사(사외), 김종환 전 명진냉동 대표(감사) 등 다른 후보들에 대해선 추천을 철회하고 내달 정기 주총에 다시 후보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사 보수한도(8억원→20억원 상향)도 세 번의 시도 끝에 통과됐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은 지난해 하반기 소액주주들로부터 "사측이 선택적으로 주주제안을 반영했다"며 큰 반발을 샀던 안건이다. 작년 정기, 임시 주총에서 안건이 잇따라 부결돼 이사들이 보수를 받지 못했다.

물론 주총이 진행된 현장에서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주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 A씨는 "한 주주가 차정학 대표에 '당신만 돈을 벌고 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냐' '미래아이앤지에 회사를 맡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다"며 "차 대표는 '안정적 경영구조, 새로운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고 봤고 미래아이앤지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주주 B씨는 "배당을 하라는 요구가 나왔다"며 "주주들끼리 서로 '조용히 하라'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했다.

주총장 입장 전 주주들의 신분증을 복사한 것과 관련해서도 반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부 주주들은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우려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 D씨는 "대리인이 주총에 출석하는 경우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다"라며 "사본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사본 보유기간이나 파기 등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휴마시스 측은 "주소 등 개인정보를 가려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모두 반영했고 복사지에도 주총용이라는 표기를 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휴마시스는 내달 17일 정기 주총에서 주주들과 또 한 번의 표 대결을 앞뒀다. 정기 주총에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상근감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이 올라왔다. 김성곤·조병수·김종환 씨 외에 추가된 경영진 후보는 김인환 미래아이앤지 사내이사, 신민규 미래아이앤지 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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