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의 유상증자 신주 인수와 같은 단순투자가 아닌 공개매수를 포함한 적극적인 경영참여로 전략을 변경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카카오는 SM이 발행하는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로 SM 지분 9.05%를 취득하기로 했다. 양사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콘텐츠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가 SM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카카오가 보유한 SM 지분 9%는 계륵이 된다. SM과의 시너지를 기대할수도, SM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는 애매한 지분이다.
결국 카카오의 선택은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는 것이다. 아직 공개매수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이날 김성수 대표의 '전략 변경' 발언은 공개매수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카카오가 실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인 12만원보다 높은 14만~15만원이 유력하다고 본다. 이 경우 SM의 기업가치는 3조3000억~3조6000억원으로 계산된다. 현재 시가총액(2조8643억원) 보다 5000억~7000억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가격이다. 가격 부담이 있지만 인수 이후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이브와 카카오 중에 SM 인수가 더 절실한 쪽은 카카오"라며 "카카오엔터의 상장이나 SM 인수 이후의 사업 시너지를 고려하면 인수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카카오는 베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여력도 하이브보단 카카오가 우세하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1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1조2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공개매수 가격을 15만원으로 가정하면 SM 시가총액은 약 3조6000억원이다. 카카오가 지분 30%를 확보할 경우 1조원의 자금이 든다. GIC와 PIF로부터 받은 자금으로도 충분하다.
반면 하이브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9000억원인데 최근 미국의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3140억원에 인수한 상황이어서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다.
이번 이수만 총괄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에 필요한 금액은 총 1조1370억원이다. 하이브는 이를 위해 계열사로부터 3200억원을 차입했다.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충당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재무구조 악화나 주식가치 희석을 피할 수 없다.
또 하나 관건은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이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지금 공개매수로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지난해말 기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우선 하이브의 우호지분을 이수만 총괄의 지분 18.46%와 컴투스의 지분 약 4%를 더해 약 22% 정도로 본다. 카카오 우호지분은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 등을 포함한 29% 이상이다. 카카오에 다소 유리하지만 주총까지 소액주주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하이브와 현 SM 경영진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사내·사외이사 이사를 추천했다. 만약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더라도 주총 표대결에서 져 하이브측 인사로 이사회가 구성된다면 당분간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수 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주발행취소 가처분신청 결과와 공정위 경쟁심사 통과 여부 등 변수가 많다"며 "누가 주인이 되든 SM의 체질 개선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