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줏값 6000원 우려에 주류업계 '가격동결' 선언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02.27 17:01
글자크기

소주·맥주 1위, 하이트진로·오비맥주 "출고가 인상하지 않겠다" 입장 밝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내 소주, 맥주 1위 업체가 당분간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원자잿값 급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출고가 인상 압력이 높아졌지만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안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주 매출 1위인 하이트진로는 27일 "당분간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현재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소줏값은 2~3년 주기로 출고가를 올려왔다. 매년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서민 품목으로 분류된 만큼 업체 입장에서 일부 손실을 감내하고 가격을 동결한 해도 적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고가를 10%를 올려야 할 때도 6~7%만 올려왔다. 3~4% 손실은 안고 갔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출고가 인상 압력이 높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2월 소주의 주정(에탄올) 원료인 타피오카 전분 가격은 1톤당 525달러로 지난해 2월(492.5달러) 대비 7% 올랐다. 이 때문에 주류사에 주정을 독점 공급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2월 주정 가격을 10년 만에 7.8% 올린 데 이어 올해도 추가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더해 최근 소주병 제조사들도 병 납품가격을 180원에서 220원으로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원재료값 상승만 고려해도 평년 대비 출고가 인상 압력이 커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대표 서민 품목인 소줏값을 2년 연속 인상하는 것은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한 대형마트 판매대에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 한 대형마트 판매대에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맥주도 출고가를 동결할 전망이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과 원자잿값 인상으로 출고가 인상 압력이 높아졌지만 당분간 출고가를 높이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맥주는 소주와 달리 물가 연동형 종량세를 채택해 업체가 출고가를 올리지 않아도 세금 인상분이 반영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주와 달리 세금 인상분이 반영되는 올해 4월 1일 전후로 출고가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리터(ℓ)당 855.2원의 세율이 적용된 맥주는 오는 4월 1일부터 885.7원으로 리터당 30.5원(3.6%) 오른다. 세금 인상분을 출고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제조사가 오른 세금을 소비자 대신 내주게 되는 셈이다.

소주, 맥주 업계 1위 업체가 잇따라 출고가 동결을 선언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지 않을 전망이다. 주류 업계에선 통상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출고가를 먼저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후속으로 출고가를 조정하는 게 관례였다.

실제로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2월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출고가를 7.9% 인상한 뒤 롯데칠성 처음처럼 등이 출고가를 7~8%대 높였다. 지난해 3월 오비맥주가 카스 등 주력 제품 출고가를 7.7% 인상한 직후 테라, 클라우드 등 출고가격이 7%대 상향 조정됐다.

업계의 이 같은 결정은 국민 여론과 정부 요청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원자잿값 인상 여파로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2년 연속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유통망을 거쳐 음식점에서 소비자에게 최종 판매하는 가격이 소주는 6000원, 맥주는 7000원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