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심장' 양분하는 한화·HD현대..삼성重 "고부가로 뚫는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세연 기자 2023.02.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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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조선업에 도전장을 내는 동시에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도 수직계열화에 나섰다. HD현대도 엔진기술 역량을 키웠다. 경쟁자들이 선박의 심장 격인 엔진 공급망을 대거 확장한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전략을 앞세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편입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매출액을 9조4217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추정치(약 4조9000억원) 대비 100% 성장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다.

한화의 과감한 투자가 대우조선해양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선박엔진 전문 기업인 HSD엔진을 모두 인수하며 보폭을 넓혔다. 자체 생산·기술력으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토탈 선박 제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이다. '조선업'과 '글로벌 신사업'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취지다. 미국 조선소 인수, LNG(액화천연가스)·풍력 사업 강화 등 그룹 차원의 청사진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한화의 '장군'에 HD현대는 '멍군'을 외쳤다. 한화가 HSD엔진을 품으면서 자연스럽게 STX중공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4대 엔진사(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HSD엔진, STX중공업, STX엔진) 중 두 곳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STX중공업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엔진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HD현대에 의미가 있다. 엔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7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부동의 업계 1위를 질주했다. 업황 부진에 적자는 지속됐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비 74% 개선됐다.


한화의 공세와 HD현대의 수성은 삼성중공업에 달가운 일은 아니다. 경쟁사들이 엔진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한화의 HSD인수가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먼저 소란을 피운 다음 서쪽을 공격한다)가 아니냐는 반응이 업계에 나온다. HSD엔진의 핵심 고객사 중 한 곳이 삼성중공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HSD엔진의 연간 생산량이 120대가 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산량이 많기에) 우리와 거래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엔진 수급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삼성중공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인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에서 압도적 우위를 강조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며 "FLNG의 80%가 우리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조선 3사는 올해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최근들어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점 등도 호재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액의 32%, 삼성중공업은 21%에 달하는 수주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최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올해 첫 수주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2년 말 전 세계 수주잔고는 2015년 이후 약 7년 만의 최대 수준이다. 조선사들은 충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전개 중"이라며 "현재 전 세계에 실질적으로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조선소의 개수는 260개에 불과하다.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당분간 조선사들 사이에 선가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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