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달라진 개미군단…국내 M&A 시장, '공개매수' 주류되나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3.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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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중앙연구소의 모습 /사진=뉴스1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중앙연구소의 모습 /사진=뉴스1


기업 M&A(인수합병)판에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SM엔터테인먼트 등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에 동일 매수가를 제시하는 공개매수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금융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앞두고 유사 사례가 더 나올지도 주목된다.

유행처럼 번지는 '공개매수'…오스템임플란트, SM엔터 '줄줄이'
최근 소액주주에게 대주주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공개매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 컨소시엄은 공개매수에 성공하며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 지분 88.7%를 확보했다. 컨소시엄은 매수가로 최대주주였던 최규옥 회장의 지분 매입가와 같은 주당 19만원을 걸고 총 952만2070주를 청약했다.



에스엠 (81,000원 ▼1,500 -1.82%)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 경쟁에 참전한 하이브 (201,000원 ▼11,000 -5.19%)도 공개매수에서 이수만 전 SM총괄프로듀서에게 지급한 것과 같은 주당 12만원을 내걸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 (507,000원 ▲7,000 +1.40%)에 자사주 매입 차원에서 유통 주식의 절반을 주당 82만원 공개매수하라고 요구했다. 82만원은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지분 인수 당시 지급했던 주당 매입가다.

그간 소액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매입가를 제시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불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연말 금융위원회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에 동일 매입가를 제시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추진키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나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 대비 상대적으로 경직됐던 소액주주의 목소리와 주주 권리가 강해지고 있는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반영되는 중"이라며 "이에 발맞춰 금융당국이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적 개선을 힘쓰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소액주주' 동일하게 준다고?…금융위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될까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금융위는 상장사 지분 중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반드시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해야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인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배권을 확보하려고 할 때 과거 제시한 가장 높은 주당 취득 가격으로 인수 제안을 해야 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을 제시하는 셈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월 도입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에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 폐지된 후 25년 만에 부활을 모색 중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건 이후 의무공개매수제도까지 도입되면 향후 비슷한 공개매수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심지어 중국에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도입되지 않았다"며 "제도적으로 시행되기 전일지라도 기관 입장에선 정부가 정한 방향성을 어느 정도 따라갈 유인이 생기고 받아들여야 할 단계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액주주에 대주주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공하면 그만큼 인수금액이 늘어나면서 인수인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여지는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인사는 "M&A 시도하는 측에선 상대적으로 시간, 비용도 많이 들고 굉장히 번거롭게 느낄 수 있다"며 "활용도가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M&A에서 주류 수단으로 등극할 가능성 자체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 연구원은 "소액주주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M&A가 활발한 게 어떠한 의미가 있나"라며 "오히려 소액주주 권리를 지키며 기업 가치도 오르면서 시장이 건전해져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와 SM이 실상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에게 완전히 동일한 프리미엄을 주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UCK 컨소시엄은 오스템파마 등 오스템임플란트 종속회사이자 최 회장이 보유한 자회사 인수에 대해 추가 금액을 지불했다. 하이브 역시 SM 자회사이자 이 전 프로듀서가 가진 SM브랜드마케팅, 드림메이커도 인수하면서 추가 프리미엄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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