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손보, 뒤처지는 생보···보험 맏형 바뀐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3.03.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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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늙어가는 한국, 위기의 생보사 ①

편집자주 고령화와 지금을 즐기는 MZ세대 등장으로 자산 1000조원의 생명보험사가 위기다. 이미 갖가지 보험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과 현재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 사이 손해보험은 다양한 위험을 보장해주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을 살펴봤다.

진격의 손보, 뒤처지는 생보···보험 맏형 바뀐다


보험업계 맏형이 바뀌고 있다.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보험산업이 위축되면서 생명보험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생보사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대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은 4조1089억원이다. 전년대비 21.1% 개선됐다. 5개사 순익이 4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개별사 실적 역시 역대급이다. 우선 삼성화재가 1조1414억원으로 전년보다 4.5% 늘었다. DB손보가 1조원에 가까운 9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 순익이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8683억원(30.0%), 현대해상 5609억원(28%), KB손보 5577억원(84.8%)의 실적을 올렸다.

반면 주요 생보사의 실적은 반대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감소했다. 미래에셋생명은 2021년보다 41.6% 급감한 561억원의 순익 성적표를 받았다. KB라이프생명도 2503억원으로 25.6% 악화됐다. 교보생명은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순익이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라이프가 전년대비 18% 증가한 4636억원, 삼성생명이 7.8% 증가한 1조5833억원을 기록하며 체면을 겨우 세웠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법인세법 개정에 따른 이연법인세 부채 감소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1조1551억원으로 전년 대비 후퇴됐다.

손보사 약진-생보사 악화는 개별 회사가 아닌 전체 보험산업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대비 20.3% 감소했다. 손보사들의 순익은 4조8175억원으로 22.3% 개선됐다. 연말까지도 추세는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과 2017년에도 손보사 순이익이 생보사를 앞지른 적이 있으나 크지 않았고 일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손보사의 생보사 역전은 폭도 커졌고 지속적이다. 실제로 2021년 손보사 순이익이 생보사를 역전했고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만 2조원 가량 순익 차이가 나게 됐다.


보험업계는 올해 손보사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지난해와 같은 역대급 실적을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생보사 순이익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은 손보사가 370조원으로 1000조원에 가까운 생보사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순이익이 앞서는 모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업계도 주력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보험료도 2%이상 올려서 지난해와 같은 성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생보사가 직면한 구조적인 어려움보다는 나은 편이긴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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