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소집 기간 줄이는 바이오기업들, 이사회 무력화 우려도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2.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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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마시스, 랩지노믹스 등 일부 진단업체들이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줄이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경쟁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작년, 전통 제약사인 종근당 계열사들은 올해 해당 기간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는 지나치게 짧은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은 '회사 및 주주 이익 극대화'에 반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사회 소집 기간 줄이는 바이오기업들, 이사회 무력화 우려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마시스 (1,762원 ▲1 +0.06%), 랩지노믹스 (2,715원 ▼5 -0.18%)는 각각 오는 28일, 내달 10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소집시기를 '회일 1주일 전'에서 '1일 전'으로 단축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늦어도 일주일 여유를 두고 '이사회를 열겠다'고 알려야 했지만, 안건이 통과되면 하루 전에도 '내일 이사회를 열겠다'고 통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빠른 경영 판단과 의사결정을 위한 결정"이라며 "요즘에는 1일, 몇 시간 전에 통지하는 곳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계열사들이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늘리기 위해 내달 주총에서 일제히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안건이 통과되면 종근당홀딩스 (62,000원 ▲200 +0.32%), 종근당 (103,100원 ▲1,100 +1.08%), 종근당바이오 (23,650원 ▲200 +0.85%), 경보제약 (7,440원 ▼210 -2.75%)의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은 '회일 1일 전'에서 '7일 전'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사회의 경영 감독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에게 충분한 안건 검토시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라는 게 종근당 측 설명이다.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 연장은 또 다른 진단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 (10,110원 ▲160 +1.61%)도 지난해 추진했던 사항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정기 주총에 '회일 5일 전'이던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회일 7일 전'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을 올렸다. 해당 안건은 조영식 의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율 64.54%를 기반으로 무리없이 통과돼 작년부터 적용됐다.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단축하는 게 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니다. 현행 상법 제390조에는 '이사회를 소집함에는 회일을 정하고 그 1주간 전에 각 이사 및 감사에 대해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기간은 정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다만 짧은 기간은 과거 이사회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단 우려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가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는 2020년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회일 7일 전에서 3일 전으로 단축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당시 3대 주주인 국민연금, 다른 일부 연기금 등은 이사회 기능과 사외이사 독립성 약화를 우려하면서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안건은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산분리 위반 혐의로 고발한 근거로 꼽힌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해당 안건은 찬성률을 넘지 못해 부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중대한 사안으로 본 것이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이사회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독립성이 보장되고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점에서 볼 때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을 단축하면 이사들이 의견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주주 이익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정해진 일자에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임시 이사회도 현안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요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휴마시스, 랩지노믹스는 모두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휴마시스는 차정학 대표에서 아티스트코스메틱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뒤 헬스케어 제품 개발 및 유통 등 신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랩지노믹스는 진승현 대표에서 사모펀드 루하프라이빗에쿼티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루하PE는 유입된 자금을 기반으로 미국 클리아랩을 인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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