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아직도 '손'으로 선별한다고요?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세연 기자 2023.03.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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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플라스틱 순환경제 ④수거 및 선별부터

편집자주 플라스틱 재활용은 '가면 좋은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됐다.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따르지 않으면 생수 한 병 사고 파는 것도 어려워진다. 페트병부터 비닐까지 모두 재활용 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플라스틱 순환경제요? 수거 및 선별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든 화학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이구동성 이같이 말한다. 수거 및 선별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 마련의 첫 걸음이다. 그런데 아예 처음부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문제의식이다.

19일 환경부 및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 연간 960만톤(t)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배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배달문화의 활성화 등 변수 때문에 이 수치는 더 올라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서 단 230만톤(24%)이 재활용됐고, 380만톤(40%)은 고형연료, 290만톤(30%)은 소각, 60만톤(6%)은 폐기됐다. 76%가 태워지거나 버려졌단 뜻이다.



수거와 선별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 분리수거야 철저하게 이뤄지는 편이지만 수거 및 선별은 다르다. 전국 1만여개에 달하는 영세·중소 재활용 업체들이 '수작업'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분류·선별 과정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업장에서 손으로 폐플라스틱을 일일이 선별하다보면 선별하지 못한 잔재물이 50~6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선별되지 못한 폐플라스틱은 결국 매립, 소각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원의 낭비일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해외에서는 혁신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분리수거를 대한민국 국민들처럼 성실하게 못하고 있지만, '기계화'로 혁신을 이뤄냈다. 미국 뉴욕의 '선셋파크 재활용시설(MRF)'이 대표적이다. 860만 뉴요커의 거주용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임에도 직원은 115명에 불과하다. 로봇과 광학선별기 등 최첨단 장치로 쓰레기 선별의 자동화를 이뤄냈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이런 수거·선별의 자동화에 팔을 걷고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기계화·자동화가 된 업장에서는 잔재물이 10%밖에 안 나온다. 기술이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자본을 투입해 수거 및 선별을 제대로 하면, 거의 90%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도 수거 및 선별 작업의 선진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직접적인 사업 진출은 불가능하다. 폐플라스틱 수거·선별의 경우 대기업의 진출이 법적으로 막혀있다. 대신 지자체와의 협력 및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 대다수 지자체 역시 매립장·소각장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에, 순환경제를 적극 밀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시는 주요 정유·화학 기업들과 순환경제 관련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SK·LG·GS·HD현대 등의 계열사들이 대상 기업으로 거론된다. 서울시가 폐비닐, 더러운 플라스틱의 수거에 행정력을 발휘하고 기업들이 이를 열분해유로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롯데케미칼은 성남시, 인천시와 협약을 체결해 주택단지, 학교 등에 폐플라스틱 수거기 설치 등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엔 지이테크놀러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화학적 재활용 페트 플레이크를 연 4만톤 공급받기로 했다.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 활동을 통해 소셜 벤처 8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폐페트병 수거 및 재활용에 나섰다.

SK지오센트릭은 화성시, 친환경 소셜 벤처기업 수퍼빈과 협력하고 있다. 수퍼빈은 친환경 수거 스테이션에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페트병, 캔 등을 자동으로 선별처리하는 로봇 '네프론'의 제작·운영을 담당하는 곳이다.

LG화학은 화성시 및 성지와 범용 플라스틱인 PVC(폴리염화비닐) 폐벽지 분리배출·수거·재활용 체계 구축에 나섰다. 화성시는 공동주택 내 발생한 PVC 폐벽지를 수거해 재활용 업체 성지에 인계한다. 성지는 폐벽지 종이층과 PVC 코팅층을 분리하고, LG화학은 이를 바닥재 등에 활용한다.
Project LOOP 소셜벤처 2기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좌측부터) 롯데케미칼 김교현 부회장, ‘이프랜트’ 조명래 대표, (뒷줄 좌측부터) ‘같다’ 고재성 대표,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 ‘임팩트스퀘어’ 김민수 이사/사진=롯데케미칼 Project LOOP 소셜벤처 2기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좌측부터) 롯데케미칼 김교현 부회장, ‘이프랜트’ 조명래 대표, (뒷줄 좌측부터) ‘같다’ 고재성 대표,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 ‘임팩트스퀘어’ 김민수 이사/사진=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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