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재활용 가능한데"…플라스틱 1000만톤 중 700만톤 불타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도현 기자 2023.03.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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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플라스틱 순환경제 ②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

편집자주 플라스틱 재활용은 '가면 좋은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됐다.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따르지 않으면 생수 한 병 사고 파는 것도 어려워진다. 페트병부터 비닐까지 모두 재활용 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2025년 무렵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높이는 것의 바탕에는 기술의 발전이 있다. 이미 폐플라스틱을 거의 90%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된 상태다.

물리적-화학적 재활용
생수병과 같은 깨끗한 페트병은 물리적 재활용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페트병을 분쇄해서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든다. 들어가는 에너지도, 발생하는 탄소도 적다. 다만 재생 플라스틱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은 문제다. 색깔이 있거나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에적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물리적 방식을 보완할 수 있다. 크게 해중합,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열분해 추출 등으로 나뉜다. 폐플라스틱에 화학적 반응을 줘서 태초의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물리적 재활용을 수차례 거쳐 질이 떨어진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도 이 과정을 통해 재탄생할 수 있다.

해중합은 색깔이 있는 페트병, 카페트, 커튼, 현수막 등에 활용한다. 플라스틱을 이루는 덩어리를 해체시켜 기초 원료로 되돌린다. PP추출은 폐플라스틱을 녹여 물질을 추출하는 기술로, 휴대폰 및 자동차 대시보드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열분해 추출은 말그대로 고열에 끓여 '원유'처럼 만드는 것이다. 비닐이나 더러운 플라스틱을 모두 재자원화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원유와 희석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 후 휘발유·경유·등유와 같은 형태로 쓸 수도 있다.

=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서 직원이 압축 플라스틱을 정리하고 있다.2018.4.2/뉴스1  =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서 직원이 압축 플라스틱을 정리하고 있다.2018.4.2/뉴스1
2024~2025년 '화학적 재활용' 본격화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에는 에너지가 들어가고, 탄소가 발생한다. 특히 화학적 재활용 과정이 그렇다. 열분해 추출만 봐도 300~800도 고온이 필요하다. 순환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줄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춰나가는 게 기술적 목표다.

전세계적으로는 화학적 재활용의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불투명 플라스틱의 재활용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어서다. 국내 기업들도 2024~2025년쯤부터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한 공장을 완공하고 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SK지오센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인 울산 ARC(Advacned Recycle Cluster)를 조성한다. 연간 약 25만톤(t)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처리를 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2공장에 2024년까지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11만톤 규모로 구축한다.

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공장 울산 부지 현장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공장 울산 부지 현장
LG화학은 올 1분기 내에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열분해유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2024년 내 상업생산이 목표다. GS칼텍스는 실증사업 결과에 따라 2024년 가동 목표로 연간 5만톤 규모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투자를 모색할 예정이다.

90% 재활용 가능하지만..생태계 구축해야
기술은 '손실없는 재활용'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물리적은 90% 이상, 화학적을 통해서도 80~90% 수준의 재자원화가 가능하며 탄소배출도 플라스틱을 소각하는 것 대비 70~80%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관건은 이 '기술'의 '현실' 적용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 연 96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됐는데, 그 중 재활용 비중은 230만톤(2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재활용의 기회도 받지 못한 채 소각·매립된다. 수작업을 통한 수거·선별이라는 어려움 때문에 절대다수의 플라스틱이 태워지고 버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성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폐플라스틱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로봇을 투입하고 참단장비로 기계화를 이뤄 선별율을 거의 90%까지 끌어올린 해외 사례도 많은데 이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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