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80조 시장' 오픈…플라스틱 재활용 안 하면 물건도 못판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도현 기자, 이세연 기자 2023.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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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플라스틱 순환경제 ①'2025년'에 주목하라

편집자주 플라스틱 재활용은 '가면 좋은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됐다.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따르지 않으면 생수 한 병 사고 파는 것도 어려워진다. 페트병부터 비닐까지 모두 재활용 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앞으로 5년 내 플라스틱 패러다임이 변화한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일정 수준 쓰지 않으면 물건을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새로운 시대다. 기업들은 변화를 택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감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2025~2030년을 전후로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것을 계획중이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에 사용하는 재생원료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2030년 목표치는 50%다. 아디다스는 내년부터 신발·의류 등 모든 제품 생산에 재활용 플라스틱만 쓰기로 했다. 펩시코(25%), 네슬레(30%), 유니레버(25%), 로레알(50%), P&G(50%), 에스티로더(최대 100%) 등도 2025년을 기준으로 목표치를 제시했다.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순환경제'가 표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고,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반드시 재활용해야 하는 시대를 앞두고 선제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 원료를 이용하도록 했다. 재활용 원료 비율 목표는 2025년 25%, 2030년 50%다. 뉴저지 등 여타 주도 관련 규정 제정에 나섰다. EU(유럽연합)는 2025년까지 모든 페트병에 25%,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병에 30%의 재활용 소재를 써야 한다. '플라스틱 제로'의 선두주자인 프랑스 정부는 2025년 1월1일까지 모든 1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100% 달성을 천명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지난해 유엔환경총회에서 176개국은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관련 조약을 만들 것을 결의했다. 이는 순환경제 체제가 단순 '플라스틱병'이 아니라 자동차·휴대폰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임을 시사한다. 코트라(KOTRA) 파리무역관은 "소비재 포장재, 가전 소모품, 식음료 용기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비즈니스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일PwC는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가 올해 486억 달러(약 63조원)로 커진 후, 오는 2027년 638억 달러(약 83조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2050년 600조원(플라스틱 시장의 60%)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기업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환경부는 페트(PET) 생산기업에 대해 2030년까지 '재생원료비율 30%'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기기에 100% 재활용 플라스틱만 쓴다. SK지오센트릭,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2024~2025년까지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한 공장을 완공한다.


하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의 대응 속도가 비교적 늦고, 물량이 한정적이어서다. 국내에 신설되는 주요 공장의 플라스틱 처리 물량을 모두 합쳐도 연 50만톤에 미치지 못한다. 그마저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수거·선별의 문제로 물량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공장 완공 연도가 '2025년' 전후로 맞춰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물건을 아예 못파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시 봉개동 환경시설관리소 매립장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20.6.7/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시 봉개동 환경시설관리소 매립장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20.6.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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