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정의 육아지원센터 '나기 차일드 홈'의 모습 /사진=나기 차일드 홈 페이스북
한국 통계청 자료 발표 며칠 전인 지난 주말(19일)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을 방문한 일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기적의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곳은 일본 지자체들이 연이어 탐방할 정도로 부러움 사고 있다. 2019년 기준 출산율 2.95명,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 2.1명을 훌쩍 넘긴 이 마을엔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정의 위치 /사진=구글지도
아사히·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나기정은 지역의원·공무원 수까지 줄여가며 2004년부터 적극 시행한 독자적인 출산·육아 지원 정책으로 공동 육아 시설 등 주민참가형 지역 출산·육아 네트워크 구축에 힘쏟은 점이 특징이다.
일본 지방정부 '나기'정의 홈페이지는 육아·교육 부문(왼쪽 메뉴)을 가장 위에 두고 있으며, 출산율이 2019년 2.95명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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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원은 맞벌이 가족·직ㅇ장인 여성을 위한 육아 시설이 포함되는데 이중 나기정을 대표하는 육아하는 이들의 광장 역할을 하는 '나기 차일드 홈(어린이집)'과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는 일하는 공간 '나기 시코토스탠드(일자리 매장)'가 눈에 띈다. 기시다 총리도 19일 '나기 차일드 홈' 등을 둘러봤으며, 이후 "귀중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면서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 사회 전체 의식의 변화에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9일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정의 육아지원센터 '나기 차일드 홈'에 방문해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나기 차일드 홈 페이스북
/사진=나기 차일드 홈 페이스북
올해 3살과 2살, 두 아이를 둔 하지야 미츠루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고, 부모는 센터에 있는 직원에게 육아 상담을 하거나 센터를 찾은 다른 부모와의 교류가 가능한 곳"이라며 "이런 (시설이 있는) 마을이라면 아이 2명이라도 키울 수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른 주민은 "나기 차일드 홈에 오면 아이도 저도 친구가 생기고 막연한 안도감이 생긴다. (육아) 불안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공무원 아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육아에 힘을 쏟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7년 나기정 취업 지원의 일환으로 설치된 '나기 시코토스탠드'는 "사람, 지역, 사물의 연결"이라는 목표로 청소, 잔디 깎기, 바느질 등 시간제 근로자가 필요한 업체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을 연결해주고 있다.
/사진=일본TBS 뉴스 방송화면
남편을 따라 규슈에서 나기정으로 이사를 왔다는 두 아이를 둔 한 여성은 일본TBS와 인터뷰에서 "나기 시코토스탠드을 통해 2개월에 한 번 1~2시간씩 '라벨 붙이기' 일을 하고 있다"며 "가끔 (일하러) 가기 때문에 육아와 일의 양립이 쉽다.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다른 직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만족했다.
출산 지원책의 +α(플러스 알파) 효과가 있다?앞서 언급됐지만 나기정의 출산 지원책은 어린 아이에 머물지 않는다. 성인에 가까운 고등학생에게도 3년 동안 연 13만5000엔(약 130만원)을 지원한다. 현지 공무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아사히신문에서 "저출산 대책은 가장 큰 노인 복지"라고 말했다. 육아를 하는 세대에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면 다른 연령대의 삶도 좋아진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생에 대한 지원금은 이는 버스비 보조의 성격이다. 이들이 버스를 매일같이 타면서 버스 운영이 안정되고, 이는 곧 노인들이 병원·상점을 갈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을 지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