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발 묶인 전기료…"결국 33조 적자폭탄" 살 길은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3.02.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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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33조 적자폭탄 터졌다(上)

편집자주 한전이 24일 33조원 가까운 적자를 포함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문재인 정부 당시 제때 원가 반영을 못한 소비자 가격 폭탄이 지난해 성적표로 나온 셈이다. 국내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공기업 한전의 적자 여파는 한전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전 물론 실물 경기와 금융투자시장으로 번지는 한전의 적자폭탄 파급력을 점검해 봤다.

한전 자본잠식 초읽기…올해 요금인상·적자 축소만이 살길
결국 33조원짜리 적자폭탄이 터졌다. 2021년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포퓰리즘 정책으로 묶어놨던 전기요금이 한국전력 (19,740원 ▲80 +0.41%)공사의 '역대급' 적자로 돌아왔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말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확대한 것도 1년짜리 임시방편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수요감소와 적자 축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전의 자본 잠식도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26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회 등에 따르면 2021년도 회계결산에 따른 한전의 자본금은 3조2000억원, 적립금은 42조7000억원이다. 한전은 이 자본금-적립금 합계에 따라 한전채를 발행해 전력구입비 등 자금을 조달한다.

포퓰리즘에 발 묶인 전기료…"결국 33조 적자폭탄" 살 길은


한전이 지난 24일 내놓은 숫자를 보면 암울하다. 연결기준 매출 71조2719억원, 영업손실 32조6034억원이다. 한전의 적립금에 반영되는 개별기준 순손실은 25조2542억원이다. 이를 반영한 적립금 잔액은 17조4000억원 정도다. 한전은 올해 한해동안자본금과 적립금 합계 20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살림을 꾸려야한다.



한국전력공사법상 현재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다. 올해 3월 2022년 회계 결산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91조6000억원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말 한전의 30조원대 적자가 확실 시되고 한전채 발행 증가로 한도를 넘어설 처지에 놓이자 채권 발행 한도를 2배에서 최대 6배로 상향했다.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의 5배까지 허용하되 필요 시 산업부 장관 승인 아래 6배까지 늘리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20조6000억원의 5배인 103조원 수준이다. 현재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76조1000억원으로 한도 잔액은 26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한전이 31조8000억원어치 한전채를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새 한전법이 적용된 첫 해에 채권발행한도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


포퓰리즘에 발 묶인 전기료…"결국 33조 적자폭탄" 살 길은
올해 1월부터 적용하는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됐지만 여전히 팔수록 영업손실이 나는 적자 구조라는 게 근본적 문제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기 도매요금인 SMP(계통한계가격)는 지난달 기준 kWh당 240.81원이다. 지난해 평균 전력판매단가 kWh당 120.5원에 올해 인상분을 더해도 전력 소매가격은 kWh당 133~4원 남짓이다. 아직 kWh당 100원 가량 적자요인이 있다.

한전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6년까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선 2023년 연간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한다고 밝혔다. 매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감소하는 점, 3분기 이후는 하절기 수요 급증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상반기 중 최대한 인상폭을 늘려야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 부담 등을 이유로 필요 인상분의 4분의 1수준인 13.1원 인상을 결정했다. 여기에 올해 초 난방비 폭탄 대란으로 민심까지 악화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분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국민부담도 고려해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관가 안팎에선 한전 등 공기업의 대규모 부실 해소를 위한 요금 정상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한 2분기 요금 동결 여지도 남겨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요금 정상화에 제동을 걸면서 올해 한전의 자본잠식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에 와이즈에프엔이 증권사로부터 집계한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9조2812억원 적자다. 이 마저도 정부가 당초 예상대로 2차례 이상, 지난해 말 인상분보다 많은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가정 아래 추산한 값이다.

정부는 kWh당 13.1원 전기요금 인상 당시 한전의 재무개선 효과를 7조원 남짓으로 봤다. 지난해 한전의 순손실 25조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치면 향후 전기요금 동결시 18조원의 손실이 난다는 말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등 한전의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아 자본잠식 가능성마저 보인다고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이나 중국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살아나 올해 에너지 가격도 오를 전망"이라며 "이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 기조를 유지하면 한전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유럽과 일본은 지난해 전기요금 대폭인상을 통해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우리나라 현 정부 국정과제대로 역시 요금을 정상화해 수요(감소) 기능을 회복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상향 지원 등 정책을 펴야한다"고 조언했다.

33조 한전 적자에 경제 흔들…尹 경제팀 '전기요금 어쩌나'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서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3.02.1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서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3.02.14.
올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정부의 경제성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동안 주요 대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으며 그 요인으로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소비 위축을 꼽았다.

이에 물가 안정을 기반으로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흐름을 노렸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33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고려하면 즉각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기·민생 측면에선 그 시점을 두고 고심이 크다.

2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1월) 1.7%에서 1.6%로 낮췄다. 올해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IMF(국제통화기금) 2.0%→1.7% △한국경제연구원 1.9%→1.5%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요인으로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그 중심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있다. 이날 한국전력이 지난해 33조원에 달하는 적자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보전하기 위한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정부 경제팀은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시점이나 정도를 두고선 온도차를 보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분기의 전기·가스요금의 동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일정 시간을 두더라도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에너지 요금은 국민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여지를 뒀다.

전기요금은 분기별로 산업부가 결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물가 당국인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기재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수 없는 구조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재부가 요금 인상을 두고 고심하는 것은 경기 위축과 민생 부담 때문이다. 특히 물가 부담은 국민들의 실질소득 감소와 이어지는 사안이다. 실질소득이 낮아지면 경제성장의 큰 축인 소비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6%대까지 치솟으면서 소비 여력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대비 12.6% 상승하며 물가 전반을 끌어올렸다. 올해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월 공공요금은 28.3% 폭등했다. 물가 상승폭(1월 5.2%)을 3개월 만에 반등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도 공공요금 인상을 올해 물가의 주요 변수로 가리켰다. 전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공공요금 등에 점차 반영돼 (물가의) 2차 파급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경기 대응에 있어선 변수가 커졌다.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 압력을 관리하며 경기부양에 나서야 해서다. 게다가 전기요금이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을 높인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간의 생산·투자를 제한하고 제반 비용 상승으로 상품 가격을 뛰게 할 요인이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섣불리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씀씀이를 늘렸다간 '정책 엇박자'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 점진적으로 요금을 최소한 올리며 물가 관리를 할 수 있겠다"면서도 "전기요금이 전 산업에 영향을 주는 만큼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총괄은 "공공요금 인상은 고물가, 이차적으로 고금리까지 일으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도 "인상 시점을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기에 점진적 인상 기조는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금 인상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만큼 경기대응과 통화정책 간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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