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계속된 부상에 그 재능을 아직 만개하지 못했다. 딱 한 번, 2018년 134경기 타율 0.293, 13홈런 60타점 16도루, OPS 0.795로 그 잠재력을 입증했을 뿐이다. 특히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의 3연타석 홈런은 백미였다.
이날 애리조나는 투타 통틀어 16명 중 11명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내에 있는 유망주와 선수들로 꾸려 시뮬레이션게임에 임했다. 그 중에는 과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하고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성공, 현재는 애리조나의 2선발로 뛰는 메릴 켈리(35)도 있었다. 또 등판한 투수 7명 중 4명이 최고 시속 156㎞가 넘는 우완 파이어볼러들이어서 KBO에는 보기 드문 강속구 투수들이 넘쳤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 제대 후 팀 합류를 앞두고 발생한 임병욱의 부상에 그 누구보다도 한숨을 내쉬었던 홍원기 감독이다. 건강만 하다면 제 몫을 해주는 제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스승의 배려였다.
임병욱이 주전으로 자리 잡은 외야는 키움에서 몇 년간 바랐던 모습이다. 올해 이후로는 더욱 간절하다. 준수한 중견수 수비에 20홈런-20도루도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임병욱은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이정후(25)를 대체하기에 충분하다. 올해도 중견수 이정후 외에는 확실한 주전이 없는 가운데 임병욱이 두각을 나타내준다면 이보다 바랄 것이 없다.
선수 본인도 감독의 그러한 배려와 기대를 알고 있다. 임병욱은 "감독님은 '한 시즌 계속 같이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만 말씀하신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셨는데 그것 때문에라도 조금 더 부지런해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 어느덧 함께 있던 선배들은 다들 떠나고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릴 채웠다. 한 번도 팀을 떠난 적이 없음에도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다.
임병욱은 "트레이드가 된 것도 아니고 한 팀에 오래 있었는데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생겨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전에는 나이 있는 형들이 정신적 지주처럼 있어 줬는데 다 떠나서 이젠 내가 선수단에서 중·고참이 됐다"고 멋쩍어했다. 그러면서 "형들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선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가짐을 처음부터 그렇게 가져가서 부지런하게 행동하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려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