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폭탄'에 최대주주 산은, 재무건전성 '비상'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3.02.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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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33조 적자폭탄 터졌다④

편집자주 한전이 24일 33조원 가까운 적자를 포함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문재인 정부 당시 제때 원가 반영을 못한 소비자 가격 폭탄이 지난해 성적표로 나온 셈이다. 국내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공기업 한전의 적자 여파는 한전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전 물론 실물 경기와 금융투자시장으로 번지는 한전의 적자폭탄 파급력을 점검해 봤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사진제공=KDB산업은행


한국전력(한전)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불똥이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으로 튀었다. 한전 손실이 산은으로 전이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산은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정부가 보유 중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분을 현물출자로 받기 위한 가치평가 컨설팅을 계획 중이다. 모두 자본확충을 통한 BIS비율 관리를 위해서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산은이 33%의 지분을 보유한 한전이 32조6034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산은의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분법에 따라 한전 적자의 33%는 산은의 손실로 이어진다. 한전의 지난해 순손실은 24조4199억원으로 이 중 약 8조원이 산은 손실로 잡히는 셈이다.

손실 전이는 산은의 BIS비율 저하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분법상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비율을 0.06%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21조원 손실이 발생하면, BIS 비율은 1.37%p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BIS비율(1.37%p) 하락은 산은의 기업 지원 능력 한도를 한 해 33조원가량 떨어뜨리는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번 한전 적자로 산은의 BIS비율은 약 1.5%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산은의 BIS 비율은 13.1%이다. 전년말보다 1.8%p가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한전 적자로 산은의 BIS비율 13%선 방어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BIS비율 하락은 자본시장에서 산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전 손실 외에 개별 손익 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산은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25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2조4618억원)보다 89.6% 감소했다. 2017년 흑자전환 이후 가장 적은 당기순이익이다. HMM과 대우조선해양 주가하락이 주식투자 손상차손이 대거 인식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올해 산은이 계획 중인 73조5000억원 자금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은은 올해 중소·중견기업에 48조원, 혁신성장 분야에 25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잠재부실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대출연체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산은은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해 후순위채 발행, 현물출자 외에 20.7%의 지분을 보유한 HMM 매각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매각타당성 컨설팅을 포함해 매각 과정을 포괄적으로 진행할 자문사 선정을 조만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수익을 낼 때는 산은이 지분법 수익과 함께 배당도 많이 받아 큰 도움이 됐었다"며 "지금은 한전 때문에 건전성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한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악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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