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년만에 시총 2.5조 '증발'…전기요금 '리스크'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2.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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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년만에 시총 2.5조 '증발'…전기요금 '리스크' 언제까지


한국전력 (22,000원 ▼100 -0.45%)의 시가총액이 지난 1년간 2조5000억원 증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요금 반영이 늦어져 누적 적자가 쌓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요금 인상 없이는 주가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비판 여론으로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요금 인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년 만에 시총 2.5조 감소… '누적 적자'에 매도 행렬
정승일 한전 사장이 지난 8일 충남 아산 장인열처리(주)를 방문해 한전이 에너지효율 투자를 지원한 기업을 살펴보고 지원 효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한전정승일 한전 사장이 지난 8일 충남 아산 장인열처리(주)를 방문해 한전이 에너지효율 투자를 지원한 기업을 살펴보고 지원 효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한전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4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90원(0.49%) 오른 1만83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1조7865억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27위다. 한전 시가총액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24일(14조3157억원)과 비교해 2조5292억원 감소했다.



한전의 주가는 전기요금 인상 폭이 제한되며 상단이 막혔다. 지난해 5월31일 2만7450원(종가 기준)으로 고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해 같은 해 10월31일에는 1만6500원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달 15일부터는 1만8000원대로 내려앉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주가 하락 원인으로 누적되는 적자를 꼽는다. 한전의 지난해 매출은 71조2719억원, 영업손실은 32조6034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이 17.5%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457.7% 급증했다. 매출 증가는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어난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해 전력도매가격(SMP)이 두 배 이상 오른 결과다.

연료비 변화 추이를 보면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는 156만4800원으로 전년 대비 113%, 유연탄은 359달러로 전년 대비 158.1% 뛰었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kWh당 평균 155.5원에 구매해 120.5원 판매하면서 kWh당 35원씩 손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4차례 전기요금 올렸지만… 공공요금 '속도조절' 나선 정부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전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네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다. 지난해 4월,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kWh당 19.3원을, 지난달에는 kWh당 13.1원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달 인상 폭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정한 요금 인상 요인(51.6원)의 4분의 1에 그치면서 올해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며 전기세 인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 주가가 하락한 원인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요금 인상 제한을 꼽는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고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된다면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추가 원전 가동을 통해 연간 원전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원가 부담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실적 악화로 시가총액이 빠졌다"며 "정부의 요금에 대한 압박이 완화되면 (주가가) 점차 나아질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많이 내린 만큼 요금만 뒷받침해 준다면 반등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지난해 적자를 메우기 위해 31조8000억원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한전의 대규모 회사채가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은 채권시장에 풀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커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의 채권 수요가 줄어들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생길 수 있어서다.

올해도 한전이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 리스크가 커지는 과정에서 한전채가 일반 회사채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화됐다"며 "한전도 작년보다 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한전채 발행을 늘려도 작년만큼의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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