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유준환 의장(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thumb.mt.co.kr/06/2023/02/2023022415025659338_1.jpg/dims/optimize/)
최근 만난 한 외국계 협동로봇 기업 대표의 말이다. 협동로봇을 사 주는 고객인 기업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로봇 시장의 성패를 결정할거라는 말은 우리 기업계에서 노조가 갖는 위상과, 그에 따라 기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동시에 보여준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주도하는 대안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건 이 때문이다. 기업도 정부도 소비자도 어쩌지 못하는 노동시장 구조를 안에서부터 혁신하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쏘아올린 신호탄이다.
일부 정치세력과 노동계의 결탁은 사실상 품앗이나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에서 엄청난 표를 보유한 노조의 조력이 필요한 정치세력은 노동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비호를 받는 노조는 정치구호를 외친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노조는 더욱 정치세력화하고 그런 노조를 보유한 기업의 기업활동 역시 시나브로 기형적 구조가 된다.
새로고침 노동협의회가 탄생하게 된 배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출범식에서 "이석기 석방이나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 기존 노동조합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데 공감하지 못한다"며 "노동자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치구호와 폭력시위로 노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좋지 않다"며 "미래 노동시장을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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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노사관계 불균형과 경직된 노동문화는 어지간한 외부 충격으로는 흔들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해 있다"며 "근로자들 내부에서 변화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계는 비록 느리지만 노동시장 개혁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투는 우리 기업 중 강성노조를 보유한 경우는 일부에 국한된다. 과거 강성노조의 쟁의에 몸살을 앓았던 정유업계 대표기업 SK이노베이션 등은 노사관계 대표 우수기업으로 꼽힌다. 철강업계에선 포스코 노조가 비록 구성원은 소수지만 최근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하는 등 변화의 바람에 동참했다.
대안노조의 탄생이 노사관계 변화의 속도를 더 높여주기를 기업들은 기대한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이번 사례를 따라 기업 내부에서 보다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