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회 등에 따르면 2021년도 회계결산에 따른 한전의 자본금은 3조2000억원, 적립금은 42조7000억원이다. 한전은 이 자본금-적립금 합계에 따라 한전채를 발행해 전력구입비 등 자금을 조달한다.

한국전력공사법상 현재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다. 올해 3월 2022년 회계 결산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91조6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20조6000억원의 5배인 103조원 수준이다. 현재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76조1000억원으로 한도 잔액은 26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한전이 31조8000억원어치 한전채를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새 한전법이 적용된 첫 해에 채권발행한도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기 도매요금인 SMP(계통한계가격)는 지난달 기준 kWh당 240.81원이다. 지난해 평균 전력판매단가 kWh당 120.5원에 올해 인상분을 더해도 전력 소매가격은 kWh당 133~4원 남짓이다. 아직 kWh당 100원 가량 적자요인이 있다.
한전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6년까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선 2023년 연간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한다고 밝혔다. 매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감소하는 점, 3분기 이후는 하절기 수요 급증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상반기 중 최대한 인상폭을 늘려야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 부담 등을 이유로 필요 인상분의 4분의 1수준인 13.1원 인상을 결정했다. 여기에 올해 초 난방비 폭탄 대란으로 민심까지 악화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분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국민부담도 고려해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관가 안팎에선 한전 등 공기업의 대규모 부실 해소를 위한 요금 정상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한 2분기 요금 동결 여지도 남겨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요금 정상화에 제동을 걸면서 올해 한전의 자본잠식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에 와이즈에프엔이 증권사로부터 집계한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9조2812억원 적자다. 이 마저도 정부가 당초 예상대로 2차례 이상, 지난해 말 인상분보다 많은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가정 아래 추산한 값이다.
정부는 kWh당 13.1원 전기요금 인상 당시 한전의 재무개선 효과를 7조원 남짓으로 봤다. 지난해 한전의 순손실 25조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치면 향후 전기요금 동결시 18조원의 손실이 난다는 말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등 한전의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아 자본잠식 가능성마저 보인다고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이나 중국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살아나 올해 에너지 가격도 오를 전망"이라며 "이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 기조를 유지하면 한전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유럽과 일본은 지난해 전기요금 대폭인상을 통해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우리나라 현 정부 국정과제대로 역시 요금을 정상화해 수요(감소) 기능을 회복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상향 지원 등 정책을 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