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이 2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SI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에스테베스 차관이 언급한 '한도'의 의미는 현재 생산 중인 낸드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이상 첨단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낸드는 반도체 셀을 얼마나 높게 쌓는지를 보는 '적층' 기술로 그 수준을 평가한다.
반도체 칩을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상무부는 이 규제를 도입하면서 당시 삼성과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경우 1년간 한시적으로 장비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가했다. 한국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연장을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쑤저우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생산공장, 다롄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을 각각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메모리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미 상무부 규제에 포함된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에선 현재 수준보다 고도의 기술이 수반된 반도체 생산은 할 수 없게 된다.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 참석한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차관(왼쪽)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CSI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한국 정부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미국 측의 발언은 현재 한국 기업들이 운영 중인 생산시설의 포괄 연장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 수준을 설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양국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운영 중이거나 투자를 진행 중인 생산을 저해하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FP=뉴스1
지나 러먼도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한국 등 아시아 동맹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동맹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장려를 위한 조치 등은 근본적으로 국가안보 정책인 만큼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