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 中서 첨단 반도체 생산 못하도록 한도 둘 것"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3.02.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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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차관, 한미 경제안보포럼서 밝혀…
1년 수출통제 유예 끝난 뒤 기술 제한 가능성…
"대중국 규제 관련 동맹인 한국과 대화 지속"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이 2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SI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이 2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SI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서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규제 고삐를 죄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 참석한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삼성·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 종료 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한국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에스테베스 차관이 언급한 '한도'의 의미는 현재 생산 중인 낸드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이상 첨단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낸드는 반도체 셀을 얼마나 높게 쌓는지를 보는 '적층' 기술로 그 수준을 평가한다.



반도체 칩을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반도체 칩을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16㎚ 이하 로직칩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장비·기술 등을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에서 생산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으로의 최첨단 수출을 규제한 조치다.

상무부는 이 규제를 도입하면서 당시 삼성과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경우 1년간 한시적으로 장비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가했다. 한국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연장을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쑤저우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생산공장, 다롄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을 각각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메모리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미 상무부 규제에 포함된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에선 현재 수준보다 고도의 기술이 수반된 반도체 생산은 할 수 없게 된다.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 참석한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차관(왼쪽)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CSI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 참석한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차관(왼쪽)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CSI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날 포럼에서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맹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특히 한국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수출 통제를 이행하는데 가장 충실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수출 제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수출 통제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미국 측의 발언은 현재 한국 기업들이 운영 중인 생산시설의 포괄 연장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 수준을 설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양국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운영 중이거나 투자를 진행 중인 생산을 저해하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FP=뉴스1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FP=뉴스1
한편 미 상무부는 오는 28일부터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미국 내에 생산설비를 짓는 기업들에게 지급하는 390억달러(약 51조원) 상당의 보조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보조금 수혜 기업은 앞으로 10년간 중국 내 첨단반도체 생산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미 상무부와 체결해야 한다.

지나 러먼도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한국 등 아시아 동맹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동맹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장려를 위한 조치 등은 근본적으로 국가안보 정책인 만큼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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