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주년 앞두고 '푸틴 자존심' 회복? 크름대교 차량통행 재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02.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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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폭발로 파괴된 러시아의 크름대교가 23일(현지시간) 차량 통행을 전면 재개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건 4개월여 만이자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는 크름대교 복구를 알렸다.

지난해 12월 크름대교 보수공사 현장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AFPBBNews=뉴스1지난해 12월 크름대교 보수공사 현장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AFPBBNews=뉴스1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라트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크름대교 전 차선 차량 통행이 예정했던 것보다 39일 일찍 완전히 재개됐다"고 밝혔다. 이어 "500명이 하루 24시간 내내 작업에 매진한 결과"라며 "이번 소식은 '조국수호자의 날'을 위한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국수호자의 날은 조국 수호에 나선 모든 군인의 영광을 기리는 날로, 2002년부터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다만 크름대교 전체가 완전히 복구된 것은 아니다. 후스눌린 총리는 열차 교량 부분 복구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7월까지 크름대교 보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길이 약 19㎞의 크름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를 잇는 다리로, 러시아가 2500억루블(약 4조3000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2018년 5월 크름대교 개통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넜을 정도로 공을 들여 '푸틴의 자존심' '푸틴의 다리'라고도 불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남부 전선에서 전투 중인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로 이용됐다.



지난해 10월8일 폭발 사고 당시 크름대교 모습/AFPBBNews=뉴스1지난해 10월8일 폭발 사고 당시 크름대교 모습/AFPBBNews=뉴스1
'푸틴의 다리'는 푸틴 대통령의 생일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8일, 화염에 휩싸였다. 트럭이 폭발한 뒤 철도 구간까지 불길이 퍼져 연료를 싣고 자니가던 화물열차에 옮겨붙었다. 이로 인해 다리 일부가 무너져내리고 3명이 사망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크름대교 폭발과 관련해 "시작일 뿐"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트위터에 "불법적인 것은 모두 파괴해야 하고, 훔친 것은 모두 우크라이나로 반환해야 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것을 추방해야 한다"고 적었다.

자존심을 구긴 푸틴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미사일 84발을 퍼붓는 등 보복 대응에 나섰고, 12월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직접 몰고 크름대교 보수공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푸틴 대통령이 전선에 가장 가까이 방문한 사례라고 AFP는 설명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24일로 개전 1주년을 맞았다. 러시아는 전쟁의 원인을 서방 탓으로 돌리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정연설에서 "대다수 러시아인은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 사회를 분열하려는 서방의 시도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근차근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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