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2월 6일 아다니 트랜스미션의 주가는 10% 하락해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날 저녁 이 회사는 호실적(好實績)을 발표했고 이튿날 주가가 10% 급등하면서 또다시 거래 중단이 발생했다. 아다니 그룹 전체의 시가총액은 힌덴버그의 보고서가 나온 후 절반 가까이 증발해버렸다.
한편 아다니 그룹에 대한 새로운 비판과 난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 인도 언론은 뉴욕대의 금융학 교수인 애스워스 더모더런의 분석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최근의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대평가된 상태다. 그룹의 자산이 주로 별로 역동성도 없고 성장율도 낮은 산업과 인프라 부문에 상당히 쏠려 있기 때문이다. 2월 8일 프랑스의 석유 대기업 토탈에너지스는 아다니와 함께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려는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모디의 돈줄에 쏠리는 시선아다니 그룹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어쨌든 아다니 그룹은 (얼마나 과대평가됐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매출을 내는 실질적인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CEO는 수소 투자 연기를 발표하면서도 아다니 그룹과의 합작 천연가스 판매 사업은 여전히 건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다니 그룹은 지출과 채무를 줄여야 하는 압박감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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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니 그룹은 현재 건설 중인 모든 프로젝트들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진 현재로선 적어도 투자계획 중 과감한 것은 속도가 늦춰지고 몇몇은 좌초될 수도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아다니의 '투자가능'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현재의 투자 계획의 많은 부분이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러모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아다니 그룹은 인도 전역에 투자하고 있다(지도 참조). 인도의 500대 상장기업의 전체 자본지출 중 7%가 아다니 그룹 몫이다. 아다니 그룹은 2030년까지 녹색투자에 700조 달러를 쓰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인도를 녹색경제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의 일부이기도 하다. 리서치 회사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는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정부 및 민간 대규모 자본지출 사업의 데이터베이스를 작성·유지하고 있는데, 아다니 그룹의 투자가 총액으로는 전체의 3%에 해당하지만 2021-22 회계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발표된 최신 사업만 놓고 볼 때는 10%에 달한다. 한마디로 아다니 그룹의 투자 감소는 인도 경제 전체의 큰 그림에서도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아다니 그룹은 '일이 되게 한다'는 명성을 갖고 있다. 아다니 그룹 계열사가 짓고 있는 뭄바이 신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뭄바이 도시계획가들이 이 도시 동쪽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처음 제안한 게 1997년이다. 계획은 수정을 거듭했고, 주민들과 계속해서 싸웠고, 입찰과정이 시작되었다가 또 연기되고, 그러다가 다시 수정되는 등 진척이 없었다. 아다니 그룹은 2021년 다시 입찰이 시작됐을 때 공사를 수주했다. 이때부터 이 21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공사 현장에 가보면 푸른 철제 울타리 너머로 노동자들이 간척지를 활주로 건설을 위한 토대로 만들어가는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예상 완공 시점은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지만 공사는 내년에 완료될 예정이고 뭄바이 신공항은 2025년께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는 엄청난 속도다.
아다니 같은 기업을 독보적으로 만드는 점은 규제, 지리한 법적 투쟁, 관료적 타성의 늪을 돌파하는 능력에 있다. 인도는 늘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러한 사업상의 어려움은 문어발처럼 확장해가는 가문 중심의 인도 재벌에게 중소기업 대비 유리한 지위를 부여했다. 영향력과 담보로 무장한 기업은 돈을 쉽게 빌리고 관료들을 움직일 수가 있다. 영향력과 담보는 어느 산업에서나 유용하기 때문에 이런 그룹은 점차 사업범위를 확장하기 마련인데 이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이 되게 만드는 능력은 경제성장을 자신의 치적으로 여기는 모디 총리에게 특히 소중하다. 그는 더 많은 투자 유치를 원하는데 특히 제조업 부문의 투자를 바란다. "인도가 원하는 수준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런 양반들이 필요하죠. 이들 없이는 물거품이니까요." 인도 재벌의 부상을 다룬 책 <억만장자의 나라(The Billionaire Raj)>의 저자 제임스 크랩트리의 말이다. "아다니가 부채를 끌어쓰는 걸 좋아한다고 평할 순 있지만… 그러면서 진짜 투자도 이루어지거든요. 항구가 생기고 철도가 생기는데 인도가 필요로 하는 게 바로 이겁니다."
모디의 경제성장 모델은 그가 구자라트 주 수상으로 재직하던 2001년부터 2014년에 걸쳐 형성됐고 이후 인도의 수상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밀란 바이쉬나브는 그 성장 모델에 대해 "정부가 일군의 기업에게 토지, 자본, 세금, 환경 및 건축 관련 규제 등에 대해 특혜를 제공하고 기업은 그 대가로 공장과 가게를 차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건 이 성장 모델이 전국 차원으로 규모가 커진 버전입니다. 모디 정부가 인도의 국가대표급 기업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을 채용하고 있다는 게 뚜렷해졌죠."
모디 총리는 아다니 회장과 각별한 사이다. 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아다니 회장은 2002년 구자라트에서 종교분규로 1000명 이상이 죽는 사태(대부분 이슬람교도였다)가 발생한 후에도 모디를 계속 지원했던 소수의 기업인들 중 한명이었다. 2003년 그는 이 종교폭동과의 연루 문제로 궁지에 몰려있던 모디의 이미지를 기업 친화적 정치가로 새롭게 만들기 위해 기획된 '번영하는 구자라트' 행사를 도왔다. 모디는 2013년 아다니 회장의 아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듬해 총선 캠페인에서 모디는 아다니 그룹의 여객기를 타고 인도 전역을 돌아다녔다. 심지어 델리에서 자신의 총리 취임식에 참석할 때도 아다니 그룹의 비행기를 탔다. (당시 아다니 회장은 모디가 비행기 항공료를 다 지불했다고 말했다.) 아다니 회장은 모디의 임기 첫 해에만 총리의 미국,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일본 순방에 동행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가는 곳이라면 가우탐 아다니 회장도 동행한다." 2015년 인도의 일간지인 힌두스탄타임스의 논평이다.
(뉴델리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전국학생연합(NSUI) 회원들이 인도 최대 재벌 기업 '아다니'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2.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모디 총리에게 곤혹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보험회사가 아다니 그룹에 투자를 하고 있고 국영은행은 아다니 그룹에 대출을 해준 상태다. 모두 아다니 그룹에 대한 투자와 대출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고 발표해야 했다. 정부는 아다니 그룹 문제를 의회에서 다루고 국정조사를 실시하려는 야당의 시도를 지속적으로 막았다. 야당은 이에 항의해 의회 의사과정을 방해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이 모디 총리에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모디 총리가 아다니 회장과의 친분으로 사적인 이익을 취했다고 믿는 인도 국민은 거의 없다.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은 부정부패를 욕하기 시작하면 그 스스로 수세에 몰리게 된다. 최근 집권기인 2009~2014년 끝없는 뇌물과 횡령 스캔들로 마비되었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인도인들은 아다니 그룹에 대한 공격들이 "인도에 대한 정교한 공격"이라는 아다니 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백인들은 인도가 발전하는 꼴을 못 본다." 전직 크리켓 선수 비렌데르 세와그가 트위터에 쓴 내용이다. "이번 인도 시장에 대한 청부폭력은 잘 꾸며진 음모라고 본다."
게다가 인도의 개인 투자자와 뮤추얼펀드의 아다니 그룹 투자 비중은 미미하다. 힌덴버그 보고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너무 전문적이라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도의 언론매체는 대부분 재벌 소유라 정부나 친정부 기업을 비판하는 일이 드물다는 점도 인도 재벌에게는 호재다. 집권세력을 자주 비판하던 마지막 TV채널이던 NDTV는 작년에 아다니 그룹에 인수됐다.
모디 총리에겐 인도의 경제를 성장시킬 역량이 있는 기업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다니 그룹 외에도 대규모 투자를 실시할 수 있는 기업은 많다. 2016년 릴라이언스 그룹은 중저가 4G 통신망 지오(Jio)를 출범해 인도의 무선통신 환경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작년에 타타 그룹은 빚에 허덕이던 국적항공사 에어인디아를 인수했는데 정부가 오랫동안 민영화하려고 애를 썼던 회사였다. (에어인디아는 과거 타타 그룹 소유였는데 1953년 국유화됐다.) 다른 인도 재벌 몇몇은 아다니 그룹처럼 자본 차입에 적극적인데도 불구하고 아다니 보다 규모도 크고, 재무상태도 건전하고 수익률도 높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도마 위에 오른 인도 경제의 미래인도는 자본 투자에서 별로 성적이 좋지 않다. 2000년대 들어 릴라이언스, GVK, GMR 같은 재벌 그룹이 역대급 투자붐을 이끌었다. 2011년 자본지출은 GDP의 39%에 달했는데 이는 25% 미만이었던 2002년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증가세다. 하지만 당시 투자 사업의 상당수가 너무 낙관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고유가, 인플레이션, 루피화 평가절하를 겪으며 많은 사업이 시들었다. 은행은 엄청난 규모의 악성 채권을 떠안게 됐다. 투자는 다시 GDP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는 그 이후 아직까지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최근 몇 년 간 모디 총리는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보조금들을 합리화했으며 노동 관련법을 정비했다(다만 국회의 법률개정에 따라 주정부도 노동관계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신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프라와 물류는 화물수송 전용의 도로와 철도 건설 덕분에 개선되고 있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모디 총리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로 투자 유치를 시도한 바 있다.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는 특정 산업부문(전자나 제약 부문)의 기업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택한 데는 인도가 GDP의 3.5%(2022년 IMF 통계)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해외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민간투자가 결정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게 CMIE의 마헤시 비아스의 평이다. 인도의 법규와 규제는 여전히 변덕스러워 수시로 바뀌는데 해외 다국적기업은 이로 인해 큰 비용을 치렀다. 이런 상황으로부터 사업을 보호하는 방법 하나는 권력자와 긴밀한 정치적 커넥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커넥션은 다른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 브라운대학교의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언과 JH컨설팅의 조시 펠먼은 그래서 기업들이 끊임없이 변하는 규칙과 기울어진 운동장 둘 다를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다니 사태로 민간 투자의 부활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주가 조작과 부실한 회계감사에 대한 고발은 인도 주식시장, 기업 거버넌스, 정부의 관리감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번 사태는 인도의 국가, 사회 제도 전반(정치적 견제와 균형, 언론, 시민 사회)에 대한 시험이 될 수도 있는데 인도가 이를 통과하리란 보장은 없다.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죠. 구자라트 사람들은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구자라트 음식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구자라트 출신인 아다니 회장이 2011년 '번영하는 구자라트' 행사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제 경험상 구자라트 사람은 카크라, 도클라, 데플라(구자라트 음식 이름들 --역주) 없이도 살 수 있더군요. 하지만 구자라트 사람은 성공이 없으면 못 삽니다."
모디 총리의 경제성장 모델은 그동안 아다니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모디 본인도 인도 정치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상에 차린 음식이 원하는 수준의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군침을 돌게 만들지는 못하는 듯하다. 아다니 회장 말마따나 구자라트 사람의 성공에 대한 열정이 그만치 강하다면 같은 구자라트 사람인 모디 총리는 보다 신중하게 상을 차려야 할 것이다.
- 원문: Why Adani Group's troubles will reverberate across India (The Economist)
- 번역: 김동규, 편집: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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