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한전 적자에 경제 흔들…尹 경제팀 '전기요금 어쩌나'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2023.02.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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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33조 적자폭탄 터졌다②

편집자주 한전이 24일 33조원 가까운 적자를 포함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문재인 정부 당시 제떄 원가 반영을 못한 소비자 가격 폭탄이 지난해 성적표로 나온 셈이다. 국내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공기업 한전의 적자 여파는 한전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전 물론 실물 경기과 금융투자시장으로 번지는 한전의 적자폭탄 파급력을 점검해 봤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서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3.02.1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서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3.02.14.


올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정부의 경제성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동안 주요 대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으며 그 요인으로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소비 위축을 꼽았다.

이에 물가 안정을 기반으로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흐름을 노렸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33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고려하면 즉각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기·민생 측면에선 그 시점을 두고 고심이 크다.



2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1월) 1.7%에서 1.6%로 낮췄다. 올해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IMF(국제통화기금) 2.0%→1.7% △한국경제연구원 1.9%→1.5%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요인으로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그 중심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있다. 이날 한국전력이 지난해 33조원에 달하는 적자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보전하기 위한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정부 경제팀은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시점이나 정도를 두고선 온도차를 보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분기의 전기·가스요금의 동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일정 시간을 두더라도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에너지 요금은 국민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여지를 뒀다.

전기요금은 분기별로 산업부가 결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물가 당국인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기재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수 없는 구조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재부가 요금 인상을 두고 고심하는 것은 경기 위축과 민생 부담 때문이다. 특히 물가 부담은 국민들의 실질소득 감소와 이어지는 사안이다. 실질소득이 낮아지면 경제성장의 큰 축인 소비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6%대까지 치솟으면서 소비 여력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대비 12.6% 상승하며 물가 전반을 끌어올렸다. 올해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월 공공요금은 28.3% 폭등했다. 물가 상승폭(1월 5.2%)을 3개월 만에 반등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도 공공요금 인상을 올해 물가의 주요 변수로 가리켰다. 전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공공요금 등에 점차 반영돼 (물가의) 2차 파급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경기 대응에 있어선 변수가 커졌다.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 압력을 관리하며 경기부양에 나서야 해서다. 게다가 전기요금이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을 높인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간의 생산·투자를 제한하고 제반 비용 상승으로 상품 가격을 뛰게 할 요인이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섣불리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씀씀이를 늘렸다간 '정책 엇박자'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 점진적으로 요금을 최소한 올리며 물가 관리를 할 수 있겠다"면서도 "전기요금이 전 산업에 영향을 주는 만큼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총괄은 "공공요금 인상은 고물가, 이차적으로 고금리까지 일으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도 "인상 시점을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기에 점진적 인상 기조는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금 인상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만큼 경기대응과 통화정책 간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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