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네트웍스의 경기도 파주시 공장, 사무실 건물./사진=김성진 기자.
박관병 대표가 이지네트웍스를 설립한 것은 2000년이었다. 처음에 회사 이름은 이지렌탈이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처럼 굵직한 행사에 컴퓨터, 프린터 등 전자기기를 대여했다. 대선 캠프들도 이지렌탈 기기를 빌려다 썼다.
투자는 적자로 돌아왔다. 고객사들 반응이 차가웠다. 병원, 관공서 등 공조기 시장은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었다. 미세먼지를 향한 경각심도 지금 만큼 크지는 않았다. 고객사들은 "처음 듣는 회사네요"라며 구매를 거절했다.
박 대표는 8년을 기다렸다. 2018년 어느 날 김종만 기술 이사가 박 대표를 찾아왔다. 황사, 미세먼지를 향한 경각심이 커진 시점이었다. 김 이사는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팔자고 했다.
이지네트웍스의 대용량 공기청정기. 73평형부터 380평형까지 5가지 규격이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대용량 공기청정기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원리는 소형 청정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넓은 공간의 공기를 빨아들일 모터, 공기를 멀리 뿜어낼 디퓨저(송풍기), 그리고 이 과정에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관건이었다.
8년 전 개발한 공조기 기술이 기초가 됐다. 박 대표는 "돌이켜보면 그때 투자가 결실을 보았다"고 했다. 모터는 공기청정기마다 기종에 따라 4~6개를 탑재했다. 항공기에 쓸 정도로 효율이 높은 BLDC 모터를 써서 소음을 최소화했다. 디퓨저에도 특유의 기술이 들어가서 공기를 30m 이상 뿜어내 경쟁사의 후발 제품보다 2~3배 멀리 보낸다.
필터는 5겹을 달았다. 소형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필터가 3~4겹인데 이지네트웍스 제품은 몸체가 커서 프리필터와 카본필터, 헤파필터 3단계에 광촉매 필터, 이온클러스터를 더 겹쳤다. 광촉매 필터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기술을 10년 이전받아 개발했다. 3단계 필터가 거르지 못한 세균, 진균, 곰팡이류, 바이러스, 알레르기를 거른다. 이온클러스터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한번 더 걸러준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시험 결과 5단계 필터를 거치면 공기 중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은 99.9%, 유해 화합물인 암모니아, 포름알데히드, 벤젠, 툴루엔은 100% 제거됐다.
이지네트웍스는 2020년 연간 헤파필터 1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헤파필터는 꽃가루, 미세먼지처럼 공기 중 미세한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다. 3~6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사진=김성진 기자.
같은 공간에 소형 공기청정기를 여러대 두는 것보다 대용량 청정기를 적게 두면 기본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예컨대 150평 공간에 58평형 공기 청정기 3대를 두는 것보다 150평형 1대를 둘 때 비용이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된다. 또 중앙관제시스템 덕분에 어디에 미세먼지, 유해 물질이 더 많이 발생하는지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이지네트웍스의 대용량 공기청정기는 전국에 5000~6000대 비치됐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부산 지하철 1호선, 서울 강북구청, 경기 고양시청 등이 대표적이다. 코레일 15개 역 대합실, 수원 KT위즈파크 경기장에는 용량이 가장 큰 340평대 공기청정기가 들어가 있다.
이지네트웍스는 지난해 버스 천장에 거꾸로 부착하는 공기청정기도 처음 개발했다. 오는 4월까지 전국 버스 700대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지네트웍스는 보유한 기술들로 2018년 이노비즈인증을 받았다. 해당 인증을 받으면 조달청에 입찰할 때 가점을 받는다.
박관병 대표와 이지네트웍스가 개발한 버스 전용 공기청정기./사진=김성진 기자.
이지네트웍스는 일본, 프랑스 등에 제품을 이미 수출했고, 태국 등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280억원을 거뒀고 올해 매출 350억원, 2025년 상장을 목표로 삼았다. 박 대표는 "외국은 아직 대용량 공기청정기 제품 개발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대용량 공기청정기는 대한민국이 1위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