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 1년' 매출 25% 뛴 우크라이나 기업의 비결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2.2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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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료사 코모텍 전쟁 전 해외공장 설립,
재료 비축 및 국산 조달로 공급망 혼란 최소화…
발트해 국가들 수입처 '러시아→우크라' 바꿔

코모텍 직원들이 애완동물 사료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코모텍 홈페이지코모텍 직원들이 애완동물 사료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코모텍 홈페이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연매출이 25% 급증하며 우크라이나 세수에 기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 코모텍(Kormotech) 얘기다.

공습 속 반려동물 사료 제조… 공급망 붕괴에도 국내소싱
23일 뉴욕타임즈는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근무 시간의 절반을 공습 경보 속에 세 걸음 보폭 넓이 창고에서 대기하면서도 고성장을 이룬 코모텍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전 세계에 1300명의 직원을 보유한 코모텍은 지난해 매출이 1억2400만달러에서 올해는 1억5500만달러(약 2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수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전쟁 전인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16% 늘어났던 것보다 오히려 성장폭이 커졌다.

러시아의 위협은 치명적이었지만 코모텍 본사와 공장이 다행히 폴란드에 가까운 서부 우크라이나 지역인 리비우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하지만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근로자들은 여전히 피난처를 찾아 이동한다.



코모텍도 전쟁 발발 초기엔 공장 문을 닫았다. 원자재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했고 해외로 향하는 택배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포위된 동부지역의 직원들은 대피해야만 했다. 직원들은 군에 입대했다. 게다가 회사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벨라루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까운 동맹국인 점도 악재였다.

하지만 전쟁 발발 전부터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으로 지역별로 2개월가량의 완제품 재고와 원재료를 보관해온 게 대응할 여지를 줬다. 코모텍은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한 달 반, 유럽에서 두 달 반, 미국에서 두 달 반 분량의 재고를 정기적으로 창고에 보관했다. 코모텍은 미국과 유럽을 포함 35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2020년 문을 열고 24시간 가동 중이던 리투아니아에 공장을 추가 설립하기로 한 초기 결정도 호재로 작용했다.


발트해 국가에선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가 프리미엄
그렇다 해도 공급망은 붕괴 영향은 컸다. 전쟁 전에는 고기, 닭고기 같은 원료의 대략 절반이 외국에서 왔다. 이제 국경 통과 지연과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에서 원재료 생산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 알고 보니 공장에서 40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지역생산자들은 값이 쌀 뿐만 아니라 외화로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해외에서 500톤의 원재료를 사는 대신, 코모텍은 이제 100톤만 산다.

코모텍은 우크라이나 곡물과 옥수수 구매를 강화했다. 전쟁과 러시아의 봉쇄는 곡물 수출의 급격한 감소, 식량 가격 급등, 그리고 세계적인 기아 위기를 야기했다. 이는 코모텍 같은 국내 기업들이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크라이나 애완동물 사료업체 코모텍의 생산공장/사진=코모텍 홈페이지우크라이나 애완동물 사료업체 코모텍의 생산공장/사진=코모텍 홈페이지
제품 제조와 해외로의 배송은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60세 미만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지만 배달 기사들만은 제외시켰다.

국내 제품 수요는 꾸준했지만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는 것도 과제였다. 러시아가 국경 내에서 공격을 하도록 허용한 벨라루스는 코모텍 수출시장의 25%를 차지했다. 경영진은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대체 고객을 모색했다. 발트해 국가와 폴란드의 슈퍼마켓 체인들이 러시아산 제품을 우크라이나산으로 대체했다.

설립자인 로스티슬라프 보브크(Rostyslav Vovk)는 "생애 처음으로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가 프리미엄이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국제 반려동물 용품 전시회에 등장했을 땐 사람들이 코모텍 제품에 익숙하지 않아서 'u'와 'k'라는 글자가 영국을 가리키는지 물어보곤 했다 한다.

우크라이나 기업 83%가 전쟁 손실, 생산량 3분의 1로 급감
코모텍은 보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폴란드에 재고 창고를 설립했다. 일부 생산을 독일과 폴란드 시설에 아웃소싱했고 생산을 우크라이나 밖으로 이전하기 위한 마지막 자원 계획도 세웠다.

불확실성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9200만유로 규모의 새 공장 계획은 취소됐다. 그러나 프릴비치 공장에 500만유로(534만달러)를 투자했고 리투아니아에 700만유로(750만달러)를 투자했다.

코모텍처럼 성공 스토리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여전히 전쟁 속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엘레나 볼로시나 우크라이나 국제금융공사 대표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 경제는 철강과 농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이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했으나 83%가 전쟁으로 손실을 봤다. 40%는 미사일에 의해 공장이 파괴되거나 상점이 붕괴했고 25%는 현재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전체 생산량은 거의 3분의 1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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