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저자 "동맹국 기업 차별 美 IRA 수정돼야"

머니투데이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3.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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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2023 어젠다 인터뷰 시리즈 - ②크리스 밀러 터프츠대학교 부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크리스토퍼 밀러 터프츠대학교 부교수/사진=크리스토퍼 밀러 홈페이지크리스토퍼 밀러 터프츠대학교 부교수/사진=크리스토퍼 밀러 홈페이지


미중 패권 경쟁에서 가장 격렬하게 맞붙는 분야는 반도체 산업이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칩과 과학법'에 서명했다. 또 한국, 일본, 대만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Chip) 4 동맹' 결성을 제안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시도한다. 반면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칭화유니를 비롯한 자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과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반도체 굴기'를 노린다.

4월 26~28일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 2023)은 대한민국 경제·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패권 경쟁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는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서 미중 간 갈등의 향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각자 자신의 편에 서기를 강요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은 매주 일요일 아침 선보이는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을 통해 미중 패권 다툼의 주요 어젠다에 대한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중국이 없어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건재할 것"이라고 말한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의 지난주 기사에 이어 이번주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반도체 전쟁: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싸움>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사진)를 소개한다.

밀러 교수는 머니투데이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와 관련,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수출 통제가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국이 한국산 칩 구매를 크게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보호무역주의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데이터 센터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PC, 자동차 관련 반도체는 규제하지 않고 있은데 만약 미국의 규제가 상업적인 보호무역주의라면 통제는 오직 한 종류의 칩만을 겨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여러 나라들로부터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동맹국 기업을 차별하는 IRA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밀러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특히 반도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대한 전문가다. 그의 저서 <반도체 전쟁>은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와 맥킨지가 올해의 경영 서적으로, 뉴욕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각각 선정했다. 그는 미국 외교 안보 전문대학원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국제사 조교수이자 러시아 및 유라시아 프로그램의 공동 책임자다. 또 외교정책연구소(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 유라시아 프로그램의 소장이기도 하다.


플레처스쿨에 합류하기 전에는 후버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 학사,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저술과 논문은 인터내셔널 히스토리 리뷰, 소비에트 앤 포스트 소비에트 리뷰 등의 학술지에 게재됐고, 논평과 칼럼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포린어페어스, 포린폴리시, 모스크바타임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주요 매체에 실렸다.

다음은 미중 반도체 전쟁에 대한 밀러 교수와의 일문일답.

(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2.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2.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은 왜 중국 반도체 규제에 사활을 걸고 있나?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지난 70년 동안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 유럽 등은 반도체 칩 제조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해왔다. 군사력이 급격히 성장한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는 미국의 안보와 직결된 이슈다. 첨단 반도체가 차세대 군사 시스템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도전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첨단 반도체 분야를 규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가 미래의 국방 및 정보 시스템에서 중요한 기술이며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제어하는 능력이 미래 힘의 균형을 형성할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

중국은 미국 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산업에 정부의 보조금을 계속 쏟아붓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아마도 기술적으로 뒤처진 최첨단 반도체칩에 대해서는 중국산을 구매하도록 국내 기업들을 점점 더 압박하게 될 것이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공급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일본,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은 희토류나 기타 광물과 같은 주요 소재와 부품에 대해 중국과 같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질문은 '어떻게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들 중 우리의 의존도가 너무 높은 곳은 어디이며,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열심히 구상한다. 전기차 공급망은 이미 중국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수출국이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공급망 재편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보호무역주의에 굴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아울러 동맹국 기업을 차별하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보호무역주의'라는 용어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이해하는 잘못된 렌즈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100% 안보에 관한 것이다. 첫째, 전 세계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거나 봉쇄할 경우의 경제적 결과에 대해 끔찍할 정도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미국에서의 칩 제조를 활성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본이나 유럽, 인도 및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칩스법'이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그들의 계획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결코 답을 하지 못한다. 대만산 반도체 부족은 세계 경제를 깊은 불황에 빠뜨릴 것이다.

두 번째 동인은 안보 시스템이다. 차세대 군사 장비들은 자율 시스템과 인공지능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자율 시스템은 고도로 첨단화된 칩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 센터에서 운용된다. 미국이 데이터 센터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PC, 자동차 관련 반도체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미국의 규제가 상업적인 보호무역주의라면 통제는 오직 한 종류의 칩만을 겨냥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규제 조치에 중국이 보복에 나설까?

▶수출 규제가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고 중국은 아직 그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상대국에 대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려 하기 때문에 경제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수출 규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그러한 조치들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적어도 몇 년, 어쩌면 더 오래 지체시킬 것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가속화된다면 중국에 의존해 온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과 반도체 산업 주요 업체들 사이의 긴장이 기업들로 하여금 그들의 사업 모델을 조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줄이고 중국 부품이나 원자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재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 같다. 규제 이전에 중국의 양쯔강메모리(YMTC)는 많은 양의 첨단 낸드 메모리 칩 생산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이것은 한국의 가장 큰 두 메모리 칩 생산 업체의 사업을 위협했을 것이다. 게다가 수출 통제가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국이 한국산 칩 구매를 크게 줄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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