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29일 한 시내 면세점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이궁(중국 보따리상)들/사진=김창현 기자
면세점 매출 내 '다이궁' 비중 99%에 달해…'슈퍼갑' 된 다이궁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10~15%대였던 기본 수수료를 30%대로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최대 40%를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5%(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총 매출당 송객수수료 비율은 2021년 22%(3조9000억원)로 4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올려줬던 면세점들이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다이궁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해외 여행이 재개됐음에도 면세점 업계 전반의 실적이 악화한 것도 면세점들이 추가적인 송객수수료를 주지 않으면서 다이궁의 발길이 끊긴 영향이었다. 지난해 호텔신라 면세점부문(신라면세점) 매출은 1조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지만 영업적자 19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송객 수료를 낮추기 위해 면세점 업체들이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재 기본 송객수수료가 30%대인데 상황이 안정화되면 기본 송객수수료도 다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들, 중국 의존도 낮춰라...내외국인 여행객 유치하고 해외 면세점 진출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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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하루빨리 내외국인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외여행객 증가로 내국인 매출 비중이 10%대로 커지는 등 관광객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인터넷면세점 중국어 사이트에서 특별 적립금을 증정하거나 에스파, 슈퍼주니어, 스트레이키즈, 트와이스 등 글로벌 아이돌을 모델로 홍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일본인 단체관광객 500명을 직접 한국으로 부르는 등 단체 관광객 공략에도 열심이다. 국내 면세점뿐만 아니라 호주 시드니시내점, 다낭시내점을 운영 중이고 오는 6월에는 멜버른 공항점도 출점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MZ세대 내국인 잡기 △해외진출 다변화 등 전략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면세점을 전면 개편한 데 이어 비대면 상담 서비스 '라뷰ON'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점 지하 1층을 리뉴얼하고 로비 공간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공간 변화에도 나섰다.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2015년 마카오공항 면세점, 2017년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등에 매장을 운영하며 해외에서만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관광객이 직접 찾는 면세점이 될 수 있도록 단독 브랜드, 단독 상품 유치에 집중한다. 면세점 매장에 작품을 전시하거나 단독 브랜드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내국인 고객을 늘리기 위해 지마켓 스마일클럽, 신세계인터내셔날 SI빌리지 등과 온라인 회원 가입 이벤트를 열고 회원수를 1년 만에 3배 이상 늘리는 성과도 냈다.
14억 중국 시장 외면, 현실적으로 어려워면세점 업계는 이러한 전략으로도 면세점 업계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관광객과 내국인 수요만으로는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실제 동남아 지역 단체 관광객의 경우 구매력이 낮아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힘든 상황이다. 내국인 여행객 역시 인구가 한정적이어서 중국 관광객 만큼의 파급력을 내기 어렵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는 말이 많지만 인구 수가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매출을 절대적으로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