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팝 추락 데자뷔?…'시계제로' SM 사태, K팝 성장통으로 만들려면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박수현 기자, 성시호 기자, 양윤우 기자, 심재현 기자 2023.02.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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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격랑의 SM, K팝의 미래는(下)

편집자주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로 촉발된 SM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수만 전 총괄과 현 경영진간 다툼에 카카오, 하이브 등 IT·엔터 공룡들이 가세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K팝 위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격랑에 휩싸인 SM의 앞날은, K팝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진흙탕 SM 사태…전성기 접어든 K팝 위기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2.1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2.14.


K팝의 산업화를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 싼 인수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현 SM 경영진이 반격에 나서는 등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엔터 업계 일각에선 K팝을 대표하는 하이브와 SM 등이 엮인 이번 사태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K팝의 중추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때문이다. K팝에 앞서 세계적 인기를 누렸던 일본 J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J팝은 1970~80년대 성장기를 거쳐 1990년대에 대형 기획사들이 등장하며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SM이 국내에 도입했던 기숙사형 시스템도 일본에서 건너 온 것이었다. 엑스재팬 등 밴드 음악의 인기에 힘입어 J팝은 1990년대엔 다양한 장르로 뻗어갔고 전통의 엔카에서 당시 최신 음악이던 힙합까지 일본 내수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하면서 동시에 발전시켜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는 글로벌 스타도 배출하기 시작했다.

아무로 나미에와 SMAP 같은 대형 아이돌 스타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J팝은 2000년대 들어 추락하기 시작했다. 대형 스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문화시장과 마찬가지로 길고 긴 침체기에 빠져버린 탓이다.



특히 버블경제가 꺼지면서 일본의 소비 위축은 음반시장 쇠퇴로도 이어졌다. 디지털 음원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어 오프라인 음반을 끝까지 놓치 않은 것도 일본 음악산업의 실패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K팝의 위기로 흘러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이브의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거나 혹은 반대로 현 경영진 의도대로 카카오 등 외부 투자자 지원을 받은 SM의 독자 생존으로 결론나더라도 K팝의 성공방정식을 무너뜨리는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평론가는 "일본 대형 기획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고 어린 미소녀의 미성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쉽게 돈을 긁어 모으던 관성을 버리지 못해 실력을 앞세운 K팝 아이돌 가수들에게 밀리면서 망해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라며 "이번 인수전이 누구의 승리로 귀결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SM의 기반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 뒤에 제대로 된 안목으로 적시에 적합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영진이 들어서느냐가 제일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제공 = 하이브 /사진=김창현 기자 chmt@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제공 = 하이브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하이브의 독과점 우려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갈렸다. "초대형 기획사가 되면 몰개성의 아이돌을 배출할 수 있다"며 다양성의 부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세계 음악 시장에서 대결하기 위해선 오히려 국내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국 등 해외 시장을 주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기획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행동주의 펀드 등이 이번 사태에 개입돼 있는 것에는 업계에선 부정적 시각이 더 강하다. 지난 15일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거대공룡 기업 및 반사회적 펀드와 야합한 적대적 M&A 행위를 멈추라"며 현 SM 경영진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연제협은 "사모펀드는 문화의 특성이나 제작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안중에도 없으며, 오로지 자신들이 유리한대로 말 바꾸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연예인들을 단지 수익창출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반문화적 집단 이기주의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하이브에 비교적 우호적인 셈이다.

업계에서도 SM을 이끌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전담하는 성공방정식의 효능은 끝났다고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 하이브의 인수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도 그런 시각에서다.

SM 창업 후 현재까지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창의력과 지도력으로 이끌 수 있었지만,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과 인프라가 충분히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진화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SM에 변화가 필요하단 점은 이번 사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체들이 동의하는 바다.

그런 면에서 하이브가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국내 시장 '독과점'우려를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다. SM이 이번 사태로 무너지지 않고 인수와 투자를 통해 재도약을 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것은 업계 전문가들이 공히 바라는 바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인수로 우위에 선 하이브에 대해선 국내 음악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황소 개구리'가 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하이브는 최근 하이브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유력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QC Media Holdings)'를 3140억원에 인수했다. 그에 앞서 하이브는 미국 이타카 홀딩스와 수퍼톤 인수로 음악산업에서의 기술력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다.

음반기획을 오래한 업계 전문가는 "K팝의 미래를 위해선 이번 사태가 조기에 정리되고 SM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경영기반 안정으로 종결되는 게 바람직 하다"며 "하이브는 이미 다른 기획사들보다 앞서 글로벌화에 가장 접근한 곳이어서 후발주자지만 지배자적 위치에서 K팝을 넘어 세계 팝시장에 제대로 등장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빚투가 공매도 이겼다" 주가 치솟은 SM, 2차 쩐의전쟁 향방은?
J팝 추락 데자뷔?…'시계제로' SM 사태, K팝 성장통으로 만들려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78,100원 ▲2,000 +2.63%))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 공매도 세력과 '빚투'(빚내서 투자) 세력이 한 판 붙었다. 치고받는 공방전 속에 거래량은 폭증하고 주가는 크게 흔들린다.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어느 한 세력은 큰 손실을 본다.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급변하는 주가에 섣불리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스엠은 전날보다 1700원(1.40%) 오른 1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은 이달 초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며 주가가 급등해 지난 7일 9만100원에서 16일 장 중 한 때 13만3600원까지 치솟으며 7거래일 만에 48.3% 뛰었다.

에스엠의 주가가 급변하며 거래량은 폭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20일 에스엠 주식의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2번째로 많은 3조214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공매도와 빚투 세력까지 가세해 주가 변동성은 더 커졌다. 에스엠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 9일 34만6800주로 이달 초 19만8600주 대비 2배가량 급증했다. 신용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92만4000주에서 126만주로 급격히 늘었다.

1라운드는 공매도 세력의 패배다. 지난 10일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를 발표하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16.45% 급등했다. 이후에도 주가 상승이 계속되자 공매도 세력은 손절에 나섰다. 지난 15일 공매도 잔고는 4만4600주로 뚝 떨어졌다.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매수)에 나서자 숏스퀴즈(숏커버에 의한 주가 상승)가 발생하며 에스엠 주가는 계속 올랐다.

이 기간 신용융자는 계속 늘었다. 지난 20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50만주까지 급증했다. 이달 초 대비로는 63% 늘었다. '빚투' 세력이 공매도 세력을 이긴 셈이다.

2라운드는 아직 안갯속이다. 에스엠 주가는 지난 16일 고점을 찍고 소폭 조정이 진행 중이다. 공매도 대기 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대주잔고는 지난 20일 기준 7만1000주로 지난 16일 대비 36% 늘었다. 주가 하락이 본격화하면 언제든 공매도에 쓰일 수 있는 실탄이다. 신용융자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이날 에스엠에 대해 분석 리포트를 낸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11만4700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8800원 낮다. 증권사 6곳이 목표주가를 상향, 2곳이 유지했다. 목표주가를 유지한 증권사 2곳은 투자의견을 'Hold'(중립)로 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목표주가로 15만원을 제시하며 "향후 가처분 신청 결과, 지분 경쟁 관련 뉴스, 주총 결과 등이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지분 경쟁과는 별개로 올해 경영 효율화로 외형 성장과 이익률 개선이 구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한 본업의 펀더멘털 가치만으로 현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밝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9만3000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에스엠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9% 상향하지만 투자의견은 M.PERFORM(시장수익률·중립)으로 하향 조정한다"며 "지분 경쟁이 추가로 격화된다고 하더라도 최종인수가격이 공개매수 가격을 20% 이상 상회하기는 어렵다. 변동성을 감내하고 신규 매수할 만큼의 상승 여력은 없다"고 판단했다.

주가가 과열되며 공매도와 빚투 투자자가 동시에 몰리는 현상은 리스크를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와 신용융자는 정확히 반대 포지션이다.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특히 신용융자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은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는 주로 외국인이나 기관이 하고 신용융자 거래는 개인이 하는데 투자자의 관점이 달라서 공매도와 신용융자 거래가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주식시장이 과열됐을 때에도 신용융자 거래가 늘어나지만 경기가 안 좋고 투자 대안이 많지 않을 때도 신용융자 거래가 늘어난다"며 "주식을 통해서 기존 부채를 상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용융자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신용융자 거래를 하는 투자자의 리스크는 지금같은 고금리 시대에 특히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열흘' K팝 미래 가를 法의 판단…SM엔터 경영권 '시계 제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심리 돌입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 중 기조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3.2.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 중 기조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3.2.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와 SM엔터 현 경영진의 경영권 분쟁은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2일 첫 심리를 진행한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양측의 입장과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9.05%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날 이 전 총괄로부터 SM엔터 지분 14.8%를 넘겨받은 하이브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가 하이브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SM엔터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시장에서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양측의 승산을 반반으로 본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사례마다 엇갈린 탓이다.

먼저 신주발행에서 제3자배정 요건을 규정한 상법 제418조 1, 2항과 제513조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조항은 발행된 신주를 받을 권리가 우선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있지만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주주 외에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J팝 추락 데자뷔?…'시계제로' SM 사태, K팝 성장통으로 만들려면
이 전 총괄의 법률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이 규정을 바탕으로 제3자 배정은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법에 규정된 명확한 발행·배정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기존 주주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농후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신주발행이나 제3자 배정 결정이 무효라는 얘기다.

KCC가 2003년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신주 1000만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을 때 수원지법 여주지원이 이 규정을 인용했다. 여주지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방어 목적 이외에 경영상 목적을 위한 자금조달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KCC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발행되는 제3자 배정 신주를 기존 주주의 권리 침해로 판단해 무효로 보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8년 판례에서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문제는 이런 규정과 판례에도 법원의 판단이 신주 발행 허용으로 나온 경우 역시 적잖다는 점이다. 2020년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진칼이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은 KCGI가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반발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지는 조치라는 한진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SM엔터 경영권 분쟁에서도 SM엔터 현 경영진이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의 배경으로 밝힌 경영상 목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J팝 추락 데자뷔?…'시계제로' SM 사태, K팝 성장통으로 만들려면
SM엔터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이 전 총괄 측 법률대리 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 주재로 열린 심문에서 신주 발행이 상법상 경영목적 달성과 관련이 적고 기존 주주의 신주 인수권 최소 침해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SM엔터는 음반 제작기간 단축과 글로벌 투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SM 3.0' 비전 실현과 이를 위한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의 목적으로 강조했다.

관련 판례에 밝은 서울지역 한 변호사는 "전략적 제휴라는 SM엔터 현 경영진의 주장을 이 전 총괄과 하이브가 얼마나 반박해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재판부가 이 부분에 집중해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SM엔터 경영권 분쟁의 구조가 현대엘리베이터나 한진칼 상황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총괄의 경우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 등과 연관된 계약상 문제가 불거진 점이 불리한 요소이고 SM엔터 현 경영진의 경우에는 한진칼처럼 긴급한 경영상 필요를 입증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로 심문을 마무리하고 오는 28일까지 양측에 추가 서면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SM엔터가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예고한 다음달 6일 이전에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은 별도의 선고기일 없이 서면으로 통지된다.

SM 경영권 분쟁에 로펌도 '후끈'…샅바싸움 치열

J팝 추락 데자뷔?…'시계제로' SM 사태, K팝 성장통으로 만들려면
K팝 한류의 한축을 떠받치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로펌)의 자존심 대결도 달아올랐다. 김앤장법률사무소(하이브), 광장(SM엔터), 태평양(카카오), 화우(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 한누리(얼라인파트너스) 등 주요 로펌이 대리전에 참전했다.

22일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 주재로 열린 SM엔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1차전을 벌인 곳은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의 백기사로 나선 화우와 SM엔터 현 경영진을 자문하는 광장이다.

광장은 2003년 KCC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 당시 KCC를 대리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발행을 막아낸 경험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당시와 반대 입장에서 SM엔터의 신주 발행 결정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다.

화우는 2020년 한진칼과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분쟁 당시 한진칼의 법률자문을 맡아 신주 발행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을 이끌었다. 화우 역시 당시와는 반대 입장을 변호하게 됐다.

이밖에 이 전 총괄과 손을 잡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는 김앤장의 자문을 받는다. 김앤장은 2020년 하이브의 기업공개(IPO)와 2021년 이타카홀딩스 인수 때 자문을 맡은 인연이 있다.

SM엔터 현 경영진의 편에 선 카카오는 지난 7일 SM엔터와 신주 등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인수해 지분 9.05%를 확보하기로 계약했을 때부터 태평양의 도움을 받았다.

범위를 좀더 넓히면 SM엔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당긴 주주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법률자문은 한누리가 맡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SM엔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현재의 분쟁구도를 촉발했다. 당시 이 전 총괄을 포함한 SM엔터 경영진은 법무법인 세종의 자문을 받았다.

쟁쟁한 대형 로펌이 대거 합류하면서 로펌간 신경전은 치열한 상황이다. SM엔터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결과부터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심리를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오는 28일까지 추가 서면자료를 접수한 뒤 SM엔터가 신주 발행을 예고한 다음달 6일 이전에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승패를 떠나 이번 사태가 지난해 글로벌 금리 인상 등으로 M&A(인수합병) 자문 기근에 시달린 로펌 입장에서 모처럼의 '반가운 소식'라는 얘기도 나온다.

4대 로펌 한 관계자는 "승소를 하려고 해도 일단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사건 자체가 줄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SM엔터 사건에 뛰어든 로펌에서는 오랜만의 사건 수임에 고무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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