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실종' 中 금융거물 최근 행적…"재산 옮기려 했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2.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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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자들 사이 '아시아의 스위스' 부상…
'패밀리 오피스' 4년 만에 1500여개로 급증

바오판 차이나 르네상스 회장/사진=블룸버그바오판 차이나 르네상스 회장/사진=블룸버그


중국 최고 투자은행(IB)인 화흥자본(華興資本, 차이나 르네상스 홀딩스)의 바오판 회장이 최근 실종된 가운데 그가 최근 몇달간 싱가포르로 재산을 옮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파이낸셜타이스(FT)는 바오판 회장의 계획을 알고 있는 익명의 취재원을 토대로 그가 실종 전 몇달간 재산 일부를 중국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바오판 회장은 지난해 12월 개인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고 있었으나, 재산 이전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 바오판 회장이 이사로 등재된 싱가포르 사무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밀리 오피스란 부호들이 집안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개인 운용사(싱글 패밀리 오피스)로 운용 규모가 최소 1000억원 이상이고, 자산운용사·자선재단·헤지펀드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를 사무실을 설치하기 위해 개인이 직접 현장에 갈 필요는 없다. 중국의 억만장자들은 중국 본토에서 자본을 빼내는 것이 어렵지만, 돈을 옮기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홍콩 같은 곳에도 자산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기술 분야에 대한 규제와 반부패 단속에 나서자 중국 부자들 사이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시키는 등 억만장자 마윈 등 중국 IT업계와 부유층 거물을 향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 일은 그 큰 계기다.

싱가포르 데이터 분석업체 핸드쉐이크에 따르면, 싱가포르 내 패밀리 오피스는 2018년 10여개 안팎에서 지난해 말까지 1500여개로 증가했다. 싱가포르통화청은 자산관리 중심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고 중국 본토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패밀리 오피스 개발팀을 별도로 설립하기도 했다.


바오판 회장은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 출신으로 2005년 차이나 르네상스를 창업해 징둥, 메이퇀 등 중국 유수의 빅테크에 초기 투자하며 중국 최고의 테크 투자자 반열에 올랐다. 2015년 디디와 콰이디가 디디추싱으로 합병하는 거래에도 참여한 바 있다. 2021년 중국교통은행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선 내려왔다.

지난주 차이나 르네상스 측은 바오판 회장은 이달 들어 실종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앞서 차이나 르네상스에선 증권부문 중역인 총 린이 지난해 9월 증권감독 기관의 상하이 지부로부터 소환한 지 얼마 안 돼 구금됐다. 이에 따라 바오판 회장의 실종도 총 린에 대한 조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오판 회장의 실종은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를 풀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시기에 발생하면서 국제 금융계와 중국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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