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8원 내린 1297.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지난 22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9.0원 올라 1304.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이렇게 급등한 것에는 연이은 미국 경제 지표의 호조 영향이 크다. 시장이 급격하게 긴축 정책 지속 경계심에 휩싸였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지난 1월 서비스업 지수도 55.2로 확장세를 보였다.
환율이 치솟자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연초 상승장의 주축이었던 외국인들이 강한 순매수세를 이어간 것의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의 순매수 강도는 약해졌다. 이날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증가해, 지난 1월27일에는 하루만에 9689억원 가량 순매수 하기도 했다. 지난 1월2일부터 2월2일까지 한 달 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일 평균 3283억원 가량 순매수 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반등이 시작된 2월3일부터 지난 21일까지는 일 평균 약 731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특히 최근 일주일(2월15일~2월22일) 간은 오히려 일 평균 814억원 가량 순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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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코스피 상승분을 다 지워버릴 정도로 환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며 "환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매수세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는 곧 멈출 것이라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긴축 우려는 2분기 내로 해소될 만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달러의 강세는 근거가 있지만 원화의 약세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그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2분기중부터 본격화되면서 금리인상 사이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간, 그리고 연준과 BOJ(일본은행)간 통화정책 차별화 현상도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신용위험은 크게 해소되는 분위기고, 유로존 및 중국 등 비(非)미국 지역 경기 반등 모멘텀도 2분기 중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당 기간 이어진 변동성 국면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적정 레벨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고, 원화 강세를 이끌 만한 고유 모멘텀이 제한적이어서 미 달러의 움직임에 연동한 등락 폭이 커졌다"며 "현재 미 달러의 절상폭 적용 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255원 내외이고, 원화는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