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용으론 힘 못 쓴 코로나 알약 치료제…MSD도 임상 실패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2.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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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 가정 내 예방 목적 임상 진행
감염률 위약군 대비 23.6%↓… "유효성 충족 못해"

예방용으론 힘 못 쓴 코로나 알약 치료제…MSD도 임상 실패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라게브리오'를 가정에서 예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진행한 임상 시험이 실패했다. 피험자들은 라게브리오를 복용하고 확진자인 동거인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감염률이 위약군 대비 약 24%밖에 줄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예방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1년 전 화이자도 자사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먹는 치료제로 명성을 떨쳤던 두 약품이 예방 효과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제약사 MSD는 21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임상명: MOVe-AHEAD)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임상 시험은 가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 라게브리오 복용으로 얼마나 감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진행됐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에 확진된 환자와 동거하는 15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1500명은 무작위로 라게브리오 800㎎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분류됐다. 총 5일간 12시간마다 약을 먹었다. 7일 이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6개월 이내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람은 참가자에서 제외됐다.

임상 결과, 14일 차에서 라게브리오 투약군은 위약군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23.6% 낮았다. 라게브리오가 감염 위험을 낮추긴 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지는 못한 것이다. MSD도 임상 시험의 1차 유효성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전성은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앞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보였던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MSD 연구소(Merck Research Laboratories) 소속의 딘 리(Dean Li) 박사는 "계속해서 '코로나19'라는 병을 알아가는 가운데 이번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며 "치료를 위한 임상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결과가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에서의 라게브리오 효과와 안전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라게브리오가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와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몰누피라비르'라는 성분명으로 더 알려진 라게브리오는 지난해 3월 국내에 도입됐다. 당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팍스로비드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 도입된 코로나19 먹는 약으로 경증과 중등증 환자 치료에 사용됐다.
예방용으론 힘 못 쓴 코로나 알약 치료제…MSD도 임상 실패
화이자도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예방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임상 시험 결과를 지난해 4월 공개했다. 해당 임상 시험도 가정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을 때 팍스로비드가 얼마나 예방해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확진자와 동거 중인 2957명의 피험자가 5일 또는 10일 투약군으로 나뉘어 팍스로비드를 복용했다. 임상 결과, 이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위약군과 비교해 각각 32%, 37% 낮았을 뿐이었다. 화이자는 임상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먹는 치료제를 예방약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는 급감하는 매출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라게브리오는 지난해 56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MSD는 라게브리오 중국 판매 시작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인 1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올해 매출을 80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180억달러와 비교하면 58% 줄어든 수치다. 화이자는 지난해 1003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매출 절반인 약 500억달러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판매에서 나왔다. 이에 화이자는 올해 예상 매출을 지난해보다 33% 줄어든 670억~710억달러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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