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물 위주에 지난해보다 높은 이자율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한전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채권 시장 수급불균형과 한전의 이자 비용 부담 역시 커질 전망이다.
발행 조건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 올해 한전채 26건을 살펴보면 만기가 2025년 돌아오는 2년물과 2026년 도래하는 3년물이 각각 13건씩이다.
단기물 위주 발행에도 이자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장기간 투자를 해야하는 특성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이자율이 오른다. 올해 1월 한전채의 평균 금리는 연 4.11%다.
지난해 1월 발행물량 평균 이자율 2.71%에 비해 1.44%p 오른 수치다. 지난 1년동안 한은의 기준금리가 연 1%에서 3.5%로 인상되면서 채권금리도 따라 오른 결과다. 한전 입장에선 만기, 이자율 등 채권 발행 조건이 모두 안 좋아졌음에도 발행량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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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의 발행 증가는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방향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전기요금 점진적 인상과 재정건전화 자구노력 등을통해 한전채 발행규모를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의 사채 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금액의 최대 6배까지 늘리도록 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 직후에도 정부는 한전채 발행 축소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성격상 한전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다른 회사채의 수요를 빨아들인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비우량기업은 CP(기업어음) 등 단기 채무를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량은 31조8000억원으로 2021년 10조4300억원의 3배를 넘어섰다. 국제 에너지가격 인상과 장기간 소비자 가격 억제 탓에 연간 적자가 34조원으로 전망되며 채권빚에 의존한 결과다.
정부는 발행이 증가하면 채권시장 전체의 수급 불균형과 이자비용 증가를 부르는 특성과 지난해 과도한 발행 물량 부담을 고려해 올해 한전채 발행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달이 채 안돼 지난해 발행량의 20%가까운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채권시장 수급불균형과 한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내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의 누적적자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연초 '난방비 폭탄' 대란과 그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요금 인상의 속도조절 주문을 하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말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리기로 한 전기요금 인상분은 올해 2월 매출부터 반영된다"며 "올해 1~2월 한전채 발행은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실적으로 잡히기 전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