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손해배상은 당연...노동개혁 거꾸로 가선 안 된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안재용 기자, 민동훈 기자, 박다영 기자, 조규희 기자, 우경희 기자, 이태성 기자 2023.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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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종합)

"파업 조장" 우려에도 野 '노란봉투법' 강행...尹대통령 거부권?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사진=뉴스1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사진=뉴스1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도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며 반발해온 여당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의석 수에서 밀려 결국 표결 참여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 상정 등 절차가 남았지만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경제계도 국회 환노위의 노란봉투법 처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하청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보장하는 내용 등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 의원들은 이날 노란봉투법 처리에 반대하며 '불법 파업 조장법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등으로 항의의 뜻을 표시하다 거수 표결 직전 퇴장했다.

임이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환노위 위원들은 퇴장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노란봉투법 강행처리를 규탄했다. 임 의원은 "민주당도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권했던 지난 5년 동안 법안을 방치했다"며 "그러다가 갑자기 강행처리한 이유는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민주당과 민노총의 방탄카르텔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진짜 노조를 위한 법이면 문재인 정부 때 하지 그랬느냐"며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안 했을텐데도 (그때) 안 한 것은 결국 (지금) 민노총이 청부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임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권이 아니니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서로의 밀약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거부권 행사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노동정책과 법 집행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과연 노동조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각계각층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정부와 여당이 수차례 반대 의견을 밝혔고 경영계가 개정안 심의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기업간 협력관계를 약화시키고 산업생태계를 무너뜨려 대항할 수 없게 만드는 반경제적 입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갔다. 그러나 현재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란 점에서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 야당은 본회의 직회부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법사위에서 안건이 60일 이상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선 재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948년 제헌 이후 지금까지 총 66건이었으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이 가운데 45차례 행사했다.

"어차피 尹이 거부권 쓸텐데..." 野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왜?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해철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해철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정부와 여당의 반발에도 다수 의석의 힘을 앞세워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이 국회 재적 의석 299석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재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높은 만큼 실제 법이 시행될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처리를 밀어붙인 데에는 거대야당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법사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직부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사위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60일 이상 심사하지 않으면 상임위로 돌려보내 재적 위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물론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다.

"불법파업 손해배상은 당연...노동개혁 거꾸로 가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관심이 많은 법안, 민생법안이 한 정치세력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동의없이 야당이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야당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석수에서 열세인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줄 알고 민주당이 통과시켰다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단해서 말할 순 없지만 예측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국회의 결정을 뒤집는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지만 최근 노동 개혁의 고삐를 죄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로 반전한 만큼 여론의 동조를 등에 업고 보다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의식한 야당은 이날 노란봉투법 개정안 통과 직후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법안 의결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논의 진행 과정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강행 의지 이면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동계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이재명 대표로 향하는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는 한편 의회에서 거대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민주당은 이 법안 처리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난해 11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은) 최대 공약수를 찾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당과의 합의 처리에 무게를 뒀다.

그러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발송되면서 노란봉투법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의 주장이다. 임이자 의원은 "진짜 노조를 위한 법이면 문재인 정부 때 하지 그랬냐"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안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앞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농성장을 찾아 노란봉투법 추진을 약속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정의당을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2019년 4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선거법 개정 문제를 연계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합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이 요구하면 대기업이나 원청은 자신들의 근로자가 아니어도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며 "이재명 대표를 위한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방탄 카르텔"이라고 성토했다.

"노란봉투법 위헌 소지 커"…국회 환노위 통과에 법조계 혼란 우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처리 촉구! 민생외면 국회 규탄대회에서 민생외면에 대한 경고로 옐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3.01.30.[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처리 촉구! 민생외면 국회 규탄대회에서 민생외면에 대한 경고로 옐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3.01.30.
노조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위헌 소지가 큰 법안으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사실상 면제권을 주는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과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노조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했다.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손해배상 의무자를 구별해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업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일일이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와 관련, "기업 입장에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일일이 특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배상을 제대로 청구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이 파업으로 피해를 봤을 때 재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주장할 범위가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로펌 변호사도 "손해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는 것이 원칙인데 개정안은 가해자의 책임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평등권이나 사유재산권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폭력행위나 시설 점거처첨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가 무제한으로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에서는 연봉협상처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만 노동쟁의를 허용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불법인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반대 등에 대한 파업도 합법의 범위에 들어간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렇게 되면 파업의 적법성이 넓혀지면서 사용자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쟁의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법에서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근로자 관련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이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넓혔다.

김동욱 변호사는 "수백 수천개의 협력사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협력사의 쟁의 급증에 직면할 수 있다"며 "원청업체가 협력사의 쟁의에 모두 교섭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 관계부처에서도 노란봉투법의 위헌 소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헌법·민법 원칙에 위배되고 노사갈등을 확산시킬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9월 대정부질문에서 "노란봉투법은 특정한 사람과 단체가 민사상 불법행위를 했더라도 민사상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게 핵심인데 헌법상의 평등권 등의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헌법상 충돌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추진하더라도 정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의 명칭은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법원이 노조에 47억원 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은 것에서 유래했다.

"노란봉투법보다는 '노동개혁'으로 이중구조·상생임금 해결해야"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스1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스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상생임금안 마련 등 '노동개혁'을 통해 원·하청 문제 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하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인 노동조합의 '폭넓은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노동시장의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재확인 한 것이다.

21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파업 만능주의, 해외투자 축소, 시장 혼란 등에 대처하는 실질적 방안이 없는 만큼 본회의 전까지 야당을 설득하는 한편 이중구소 해소를 전제로 하는 노동개혁을 완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의) 제도적 불안정성과 현장의 혼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대적 변화와 국제적 흐름에 뒤떨어져 있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현장의 뿌리 깊은 잘못된 관행들을 바꿔나가는 것, 이것이 지금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와 교섭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의 손해배상 면책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다.

정부는 하청업체가 원청 등의 사용자를 향해 폭넓은 '교섭권'을 갖게 되면 원·하청 임금 격차, 하청 근로자 보호 등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소송과 파업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사용자의 개념이 추상적으로 확대되면서 누가 누구의 사용자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상황도 우려한다.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교섭 관계가 생기는 법 체계에도 구멍이 생긴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대로라면 공공사업의 예산을 책정하고 분배하는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용자로 인정돼 수많은 하청업체가 모든 정부 사업을 대상으로 기재부 장관에게 교섭을 요구하거나 이에 불응시 파업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비롯해 상생임금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간 협의가 이뤄지는 상태이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개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이나 조선업에서 원·하청간 기성금 격차도 정부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풀어나가고 있으며 공정거래, 최저임금 문제 또한 시장 여파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불합리한 원·하청 임금구조, 노조에 대한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등, 학계에서도 이런 부분에 기존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실질적 지배력'이라고 하는 부분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사용자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 전문가는 "노조법 2조의 개정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바이나 사용자의 정의에 대해서 유형화를 하거나 세부 지침을 마련해 '사용자'의 범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없다면 법적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의 파업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 등에 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개정안 내용과 관련해 입법 보다는 현행 법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불법 파업은 원칙적으로 최소화해야 하며,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의 경우 법원에서 인과관계를 따져 면책되거나 조정된다"며 "개정안은 불법 행위를 행한 대상자를 예외적으로 구제해주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달라" 재계 호소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전방위로 제기되는 가운데 재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하고 나섰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한 층 어려운 여건에 처한 기업의 절박한 요구에 윤 대통령이 화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든 갈등 파업으로 이어져..尹 거부권 즉각 행사해야"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란봉투법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한국무역협회는 입장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은 기업 간 협력관계를 악화시키고 산업생태계를 무너뜨려 대항할 수 없게 만드는 반경제적 입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유일호 상의 고용노동정책실장은 "논의조차 없이 '몇몇 조항을 바꾸는건데 어떠냐'는 식의 입법은 기업과 경제를 실험대상으로 삼는 행위이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은 기존 불법행위 체계에 반함은 물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노사갈등은 급증하고 산업현장에는 '파업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이 지난 15일 주요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거라는 응답이 100%(매우부정적 83.3%, 부정적 16.7%)였다. 기업들은 '교섭기간 및 노사분쟁이 장기화될 것'(93.3%)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조합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90%)라는 평가도 주류였다.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은 이미 해외서도 우려를 표할 정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21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시간당 42.9달러라며 경제수준에 비해 낮다고 발표했다. 미국(74.8달러)이나 독일(68.3달러), 프랑스(66.7달러)는 물론 영국(59.1달러)보다도 낮았다. 그러면서 OECD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조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들이 방어권을 갖지 못하는 것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이전 정부를 거치며 가뜩이나 노동자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은 그런 흐름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 해외이전 가속화 전망도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COVID-19) 이후 상황은 우리 기업들에게는 말 그대로 잔혹사다. 글로벌 경기부진 속에서 미국과 중국, EU(유럽연합) 등이 무역장벽을 높게 쳤다. 대부분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높은 에너지세율에 따른 에너지가격 부담, 제한적인 세제지원, 경직된 노동제도 등은 "한국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세계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해외생산기지 국내 유턴)과 IRA(인플레이션방지법)는 기업에 더 큰 압박이다. 해외 진출 미국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자국 내 생산부품만을 사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한다. 미국 기업들과 협업이 필수적인 한국 기업들로서는 굳이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시행을 목전에 둔 노란봉투법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건 이 때문이다. 악전고투하는 기업을 두고 '횡재세'를 언급하는 등 일부 정치권의 왜곡된 시선에 기업은 더 지친다.

무협은 "과도한 기업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우리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은 2017년 3.2%에서 2019년 2.85%로 하락한 이후 작년엔 2.83%까지 하락했다"며 "이로 인해 약 50만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날로 더해지는 각종 규제와 정치권의 무리한 압박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및 TSMC 팹(반도체 생산설비)이 착공까지 6개월이 걸린 반면, SK하이닉스의 용인 팹 착공엔 72개월(6년)이 걸린건 유명한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지역 여론에 밀려 결국 포항으로 옮길 판이다. 배경에 정치인들이 있다는건 다 아는 비밀이다.

최근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한 중견기업 CEO는 "정치인들을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얘기를 나누다가 '그냥 해외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던 기억이 난다"며 "노사관계에선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한데 노란봉투법까지 만들어내 기업을 죄악시한다면 우리 회사와 같은 같은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통과되면? 한국경제 '세계 10위' 위상 못지킨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치를 지키기 어려울 겁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통과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의 노동계를 고려하면 절대로 통과되서는 안되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정부 시절 친노조 정책으로 일관하며 기업 경쟁력은 크게 악화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에 힘을 더 실어주는 법안은 우리나라 기업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이 사업장 점거 등 불법 쟁의행위로 발생시킨 손해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불법파업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이를 지원하는 성금을 보낸 것이 법안의 모티브가 됐다.

이 부회장은 노란봉투법의 시작부터 '불법파업'이라는 중요한 사실이 희석됐다고 한탄했다. 파업이 불법인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데, '노동자는 약자'라는 감성적인 이유가 부각되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정안에서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면서 원청 대기업을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한데 대해 "이 때문에 한국에 파업이 더 잦아질 것이 뻔하다"고도 말했다.

이 부회장의 생각은 실제로 경영계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경총은 지난 15일 노동조합법 개정안(대안)에 대해 주요 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은 모두 노동조합법 개정이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매우 부정적 83.3%, 부정적 16.7%)이라고 봤다.

주요기업의 93.3%는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가 개정안대로 확대될 경우 '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 폭증'을 우려했다. 또한 개정안처럼 쟁의행위 대상이 확대되면 '교섭 기간 및 노사분쟁 장기화될 것(93.3%)이라고 응답했으며,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90%)'라 평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151건(73개소), 액수로는 2752억7000만원이 청구됐고, 법원은 이 중 49건, 350억1000만원만을 인용했다. 많은 경우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도입은 사실상 사용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또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일부 강성 노조가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민단체 '손잡고'가 지난 2020년 말 펴낸 '노동권과 손배 가압류-소송기록 분석 자료집'을 보면 2020년 기준 노조 대상 손해배상 소송 59건 중 58건(98.3%)이 민주노총 사업장이었다. 과격한 파업을 벌이는 일부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측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여전히 정치권은 노조의 권익 보호가 취약했던 개발경제 시대의 노사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야당도 강성 노조 주장에 매몰돼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보면서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을 "노동개혁을 해야 할 때 거꾸로 가지는 말아야 한다"며 "기업이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주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의 경기침체를 금방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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